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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특권층 양반

 

 

인류사는 민족간의 분쟁과 이념의 갈등으로 얼룩져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또한 종교적 박해와 인종 차별등 수없이 전개된 대립과 전쟁은 현재도 세계도처에서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양보없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집단 이기주의’와 더불어, 개개인의 이익만을 관철 하려드는 ‘개인주의’도 원인이 되어 더 큰 분란이 조성되고 있다.

어느 누구나 자신이 소속된 조직과 사회에서 자기 나름의 견해나 입장만을 피력하려 들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의 설정이 옳은가를 가늠해 보고자 하는 세태에서 지난 세기는 현재의 거울이기도 하며 후세의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고 시행착오를 덜어주는 많은 사례를 제시하기도 한다.

역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고려해 보고 추론하는 시기는 조선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실증적이고 그리 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래전의 역사가 아니며 그리 멀지도 않은 지난 시대적 상황은 현대와 너무도 많이 닮은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조선이라는 나라를 정의하면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였고 성리학은 전통과 명분을 중요시하는 학문이다. 양반, 중인, 상민, 천민은 저마다의 자신이 처한 신분에서 분수와 계급의 현실을 인식하여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마련이었다. 그러기에 조선은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고 누구도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체제였다.

이러한 바탕에서 전기의 조선사회가 200년간 탈 없이 유지 되는 듯했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라는 국가의 큰 변란을 겪으며 나라와 체제와 기강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이는 사대부 양반이 양반답지 못한 원인이었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자신의 분수와 위상에 걸맞는 삶의 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임진년, 병자년의 큰 전쟁이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린 큰 계기가 된 셈이다.

백성을 챙기고 그들의 삶을 돌보아야 한다는 큰 명분을 지니고 학행과 실천을 거듭 주장했던 사대부 양반들이 가장 먼저 도성을 버리고 비겁하게도 우왕좌왕 도망을 가는 모습을 본 백성들에게, 양반은 체면이고 면목도 없는 위선자들에 불과 하였다.

성리학의 질서에서 양반의 위상은 상류층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할 사회의 특권층 이며 지도층이었지만, 한심하게도 그들 스스로 성리학의 질서와 기강을 무너트리고 허울뿐인 양반 노릇과 체면치레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안위만을 챙기려, 외세의 침입에 도주하고 도망하기에 급급했다. 이러한 양반을 보는 백성은 그들이 얼마나 한심하고 우스워 보였겠는가?

로마제국부터 르네상스까지 이탈리아를 지탱한 힘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힘이었다.

지성은 그리스인보다, 체력은 게르만민족보다, 기술은 에트루리아인보다, 경제력은 카르타고인보다 훨씬 뒤떨어졌지만 로마는 지도층의 솔선수범으로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운 것이다. 높은 공공의식과 교양을 갖춘 시민이 있었던 것이 ‘2000년 로마’가 크게 융성했던 이유다.

조선의 사대외교와 허울뿐인 특권, 양반 지배층의 모범적이지 못한 삶의 태도는 뻔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민초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갈등과 반목으로 눈만 뜨면 ‘예송논쟁’ 만을 일삼다가 국가적 위기를 맞이한 양반 사대부들은 21세기를 사는 후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엄중하다.

오늘날의 정치가 이념 논쟁과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분열과 분쟁의 불씨만 지피며 외세의 야욕을 도외시 하고 한줌도 안되는 기득권에만 몰두 한다면 조선의 허울뿐인, 특권 양반과 다를 바가 없다.

백성을 팽개치고 자신의 보위만 염려해, 급하게 도성을 비운 조선의 선조 임금이나 현대사에서도 전쟁이 일어난 지 수일도 안되어 한강 다리를 폭파하여 수도 서울을 고립무원(孤立無援)으로 만들고 자신만 살겠다고 후방으로 도주했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나 민초의 돌팔매질을 달게 받아야 할 위인들이 자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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