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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퇴근길

 

퇴근길

                               /이철경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출근 거리보다 서너 배 길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황톳길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듯

발목 아래로 흘러내리는 삶의 무게가

자꾸만 자꾸만 땅속으로 끌어당긴다

전철이 덜컹거릴 때마다

울대에 고여 있는 울음이 울컥거린다

모두가 하나씩 꿈을 슬며시 놓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우울한 허밍을 듣는다

어찌하여 산다는 건 이리 힘들고

어쩌다가 자꾸만 오그라드는 가.

때로는 음악에 리듬을 타려 하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노래가



심연의 나락으로 끌어당긴다.

갑자기 억누른 꿈들이 팡팡 터진다

아! 내 것이 아닌 열망이여



고독한 삶이여 방랑자여

 

 

■ 이철경 1966년 순창 출생. 2011년 『발견』 시, 2012 『포엠포엠』 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죽은 사회의 시인들』, e북 『더없이 투명한 블랙』이 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며 『목포문학상』 평론 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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