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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n번방 방지법’ 허점투성이… 보완책 시급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잔혹한 인터넷 성 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을 방지하려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n번방 방지법)’이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n번방 방지법’의 실질적인 효과를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견해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격렬한 비판도 나온다. 부작용 또는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효율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인터넷 대화방을 이용해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의 얼굴이 공개될 때마다 피해자 가족들이 악을 쓰며 저주를 퍼붓는 모습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n번방 사건’으로 검거된 조주빈(박사), 강훈(부따), 이원호(이기야), 문형욱(갓갓) 등 주범 네 사람의 모습은 어이없게도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더는 이 세상에서 이런 범죄가 없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n번방 방지법’이다. 그러나 이 법으로는 ‘n번방 사건’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는 데다가 부작용이 치명적일 수 있는 지적이 거듭되고 있다.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텔레그램과 같은 폐쇄형 외산 플랫폼에 대한 통제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법에는 해외 사업자에게도 적용한다는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본사 위치도 보안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는 텔레그램에 이메일을 통해 ‘음란물 차단 요청’, ‘삭제 협조 요청’을 아무리 보낸들 씨가 먹힐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규제가 민간인 사찰의 한 방법으로 변질하여 이용자들의 디지털 사생활이 탈탈 털려 ‘빅브라더(Big brother)’ 시대의 ‘통제사회’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양산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는 국내 플랫폼 사업의 위축이다. 결과적으로, 3년 이하 징역 등 강력한 처벌조항이 있는 이 법은 국내 사업자들만 준수의무가 있게 된다. IT업계에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불신으로 해외 메신저를 쓰는 역효과만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 있다.

무고한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n번방 범죄’는 반드시 발본색원돼야 한다. 그렇다고 실효성도 없는 졸속입법으로 또 다른 어불성설의 ‘통제사회’나 무차별적 ‘사생활 침해’를 부르는 참상을 방치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최상의 보완책을 창안해내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흉측한 참변을 당하고도 말 못 하고 지옥 같은 삶에 빠지게 만드는 비극을 확실히 차단할 강력한 정책을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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