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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의 시선]코로나19 휴머니티

 

 

 

 

 

아무것도 아닌 ’그 하찮은 것‘에 흔들리는 인류/ 그리고 무너지는 사회/ 코로나 바이러스라 불리 우는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뒤집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인가가 나타나서는/ 자신의 법칙을 고집한다./ 이미 안착된 규칙들을 다시 재배치한다./ (중략)/ 최고급 차들이 잠자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단 며칠만으로/ 세상에는 사회적 평등(이전에는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이 이루어졌다./ (중략)/ 이 세계가 하나같이 직면한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우리의 휴머니티가/ 무엇인지 질문해보자

아프리카 문인 ’무스타파 달렙‘이 쓴 문구를 발췌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력을 얘기하고 있다. ’무스타파 달렙‘의 지적처럼 바이러스는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비행기 날개를 동여매 계류장에 주저앉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던 공장문을 닫아걸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니, 비대면(untact)이니 하는 낱말을 들이대며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함부로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모이지도 못하게 한다. 예전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도 없고 사람을 만날 때면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하고 있다.

세상의 통념과 법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새로운 질서와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 주로 사람이 밀집된 곳에 나타나서 비대면, 저밀도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마치 시험이라도 하듯이 선진국에 창궐하여 그들의 의료기술과 의료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귀천을 가리지 않으며 돈보다는 생명이 중요함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미국바이오기업의 백신 개발이 성과를 얻고 있다는 뉴스만으로 세계가 흥분하고 있다. 세계 증시가 일제히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하다. 설령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그 폭발적 전염력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엔데믹(풍토병)을 염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가 있다는 전망이 있다. 코로나 19는 7번째 변형이라고 한다. 사스나 메르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계속 진화해 왔듯이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바이러스의 만행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추세는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인수(인류와 동물)바이러스의 출현을 우려한다. 만약 그런 사태가 생기면 어찌 될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비관이 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바이러스의 진화를 부추겨왔다. 인간의 욕망과 오만이 재앙을 불러들인 셈이다. 그렇기에 코로나 19 사태는, 욕망 만능에 대한 경고다. 앞뒤 좌우를 살피며 나아 가라는 충고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 보라는 호소다.

그런데 여전히 코로나 19 청정지역이 있다. 필자의 고향인 고창이 그렇다. 고창은 산업화의 소외로 낙후되었었다. 인구도 반에서 반으로 줄어들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아마 그 덕분일 것이다. 환경 오염이나 공장폐수가 없다. 자연이 자연으로 숨 쉬는 곳이다. 고창군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람사르 운곡습지가 있다. 람사르 고창갯벌이 있다. 선사시대 유적인 고인돌 군락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어디를 가도 공기는 신선하고 물은 맑다. 초록 물결이 넘실대며 산들바람이 분다, 별이 밤마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서해의 붉은 석양이 심금을 울린다. 겨울이 되면 철새들이 군무를 추러 몰려온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완벽하게 적용하고 있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먹거리도 풍부하다.

이를테면 지난 산업화의 낙후가 보물을 안겨주었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이제 앞서가는 지역의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더디다고 반드시 뒤처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말이 있다. 내친김에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꿈꾸며 쉬엄쉬엄 걸어가 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 필자의 안이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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