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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와대 청원, 역기능 막을 획기적 개선책 필요

청와대 청원 게시판 기능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53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청원의 효용에 대한 기존 논란을 증폭시켰다. 온갖 무분별한 억지 주장들이 범람하고, 정치적 패싸움이 끊이지 않는 등 그 부작용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나오는 폐지 주장은 온당치 않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국민의 숨통창구라는 당초의 운용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 성폭행’ 국민청원은 처음부터 충격적이었다. 이 청원에는 순식간에 국민 53만3천883명이 동의했다. 그러나 청원에 등장하는 성폭행(추행) 사실은 애초부터 없었고, 당연히 가해 초등학생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더 큰 경악을 불렀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조작된 사건을 청원으로 올려 민심을 호도하고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청와대 청원의 역기능은 한둘이 아니다. 인신공격이나 허위사실은 물론이고, 삼권분립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온갖 억지 주장도 쏟아졌다. 지난 3년여간의 44만여 건 국민청원 중 허위·과장·오인 청원은 최소한 수천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순수한 국민의 하소연 통로여야 할 청원 게시판이 여론몰이 진영 대결의 뻘밭 싸움터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을 해산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183만 명이 넘는 추천을 받자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올라와 33만여 명이 동의했다. 20만 명 이상 청원에 답변한다는 운영방침이 정치꾼들의 유치한 세 대결 막장극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 시대 신문고(申聞鼓)는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임금에게 알리라고 설치했지만, 북을 함부로 치면 오히려 큰 벌을 받았다. 연산군 때 폐지됐던 신문고를 영조가 탕평책의 일환으로 부활했다가, 무질서한 운용에 “남잡(濫雜·지나치고 잡스러워 짐)해졌다”며 철거한 일도 있었다.

일부 부작용을 들어 ‘청원 게시판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은 판단이다. 청와대 청원 때문에 보이지 않게 발휘되는 순기능은 헤아리기가 어렵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역기능들을 정밀 분석해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대처다. 사회를 어지럽히고 나라의 미래를 갉아 먹는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장난질을 차단할 구체적인 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좋은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찾아내는 게 바른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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