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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자본주의가 부른 값비싼 위기

노동 등 7가지 저렴한 것 들춰
자본주의 600년 역사 파고들어

‘저렴한 세계는 지속가능한가’
절박한 문제 제기·명쾌한 처방

보상·재분배·재상상·재창조로
이분법·싸구려의 틀 파괴해야

 

“지금은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다.”

인류가 맞닥뜨린 절박한 위기를 이해하는 명쾌한 진단과 처방.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자본주의가 18세기 산업혁명의 영국이 아니라 15세기 대서양의 섬에서 시작되었다는 관점에서 유럽과 신대륙의 역사를 다룬다.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이 일곱 가지를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거래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오랜 전략이었음을 전하며, 그 작동의 원리를 총 7장으로 구성된 각 장에서 파헤친다.

약 1만 2천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를 지질학적으로 홀로세라고 부른다.

그중 최근 2천년을 따로 떼어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지구 환경의 변화에 인류가 크게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라즈 파텔과 제이슨 무어는 더 나아가 현재를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Capitalocene)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1400년대 이후의 역사를 자본세로 부름으로써 자본주의를 경제 시스템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나머지 지구 생명망의 관계를 엮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본세 600년의 역사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그 자본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파고 든다.

이 책이 흥미로운 역사서에서 그치지 않고 도발적인 사회과학서의 면모를 보이는 건 이 저렴한 세계가 과연 지속 가능한가 절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프런티어를 발견하고 발명함으로써 유지돼 왔다.

그러나 더 이상 값싼 세계가 남아 있지 않고, 저자들은 프런티어가 전에 없이 작은 반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자본의 규모는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진단한다.

더불어 저자들은 이분법의 세계에 갇힌 인식의 틀을 부수는 담대한 상상을 제안한다. 그리고 인식, 보상, 재분배, 재상상, 재창조라는 답을 내놓는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제대로 된 보상이 필요하다. 이는 보상을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누가 지불할지를 따지는 일이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이분법과 저렴화 전략이 없는 세계를 담대하게 상상하고 창조할 때 가능하다.

/신연경기자 shin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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