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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와 억압의 굴레, 그것이 삶이다

 

‘밤 끝으로의 여행’은 프랑스의 의사이자 작가인 루이-훼르디낭 쎌린느의 데뷔작으로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삶이라는 밤의 시간을 배회하는 비참한 인간의 모습을 전례없는 스타일로 그려낸 책이다.

주인공 바르다뮈와 로뱅송이 술회하고 있는 전쟁, 아프리카 식민지, 미국 뉴욕이나 디트로이트, 파리 근교의 빈민촌 등에서의 삶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모든 인간에게 씌워진 삶이라는 현실이 구원에의 비전 같은 것은 없는, 억압과 부조리의 비참한 굴레이며 혹독한 고난의 연속임을 보인다.

전쟁과 식민지를 제국주의의 심장부, 일선에서 경험하고, 뒤늦게 학업을 마친 후 의사로 활동하는 등 저자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실존적 경험이 풍성하게 투영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각종 비속어를 포함해 당대 프랑스의 농촌과 도시의 뒷골목, 시장바닥에서 건져 올린 날것의 언어를 거침없이 활용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여 후대의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책의 첫 장에서 ‘여행, 그것은 매우 유익하니 상상에 끊임없는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라며 ‘여행은 삶에서 출발해 죽음을 향해 간다. 사람들, 짐승들, 도시들, 기타 모든 사물들, 그 모든 것은 상상의 소산이다’라고 소개한다.

이형식 옮긴이는 ‘물론 밤은 우리의 인생 그 자체를 가리킨다’면서 ‘온갖 부유물과 배설물, 온간 거짓, 위선, 비열함, 광기가 뒤섞여 썩고 있는 아수라, 그것이 쎌린느가 그리고 있는 밤, 즉 우리의 인생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쎌린느의 작품에 대해 ‘가장 큰 특색은 작품에 이야기되고 있는 엄청난 존재적 숙명 자체에 있지는 않다’라며 중요한 것은 대상들을 느끼거나 인식하는 과정 및 방법, 즉 작가의 시각이며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동원한 언어라고 말한다.

한편 ‘밤 끝으로의 여행’은 지난 2004년 완역 발간되었지만 널리 이르지 못하고 이내 절판됐다. 쎌린느의 대표작을 올해 최측의농간에서 역자와 함께 초판에 존재했던 일부 오기를 바로잡아 신판으로 발간했다.

/신연경기자 shin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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