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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청 앞 조각품 옮기다가 훼손…법원 "작가 인격권 침해"

공공기관 앞에 설치된 조형물을 작가와 상의 없이 다른 곳으로 옮기다가 이를 훼손했다면 작가의 인격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29부(문주형 조은래 곽윤경 부장판사)는 조각가 변숙경씨가 용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용인시가 변씨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고 홈페이지에 알림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변씨는 2005년 용인 신청사를 건립할 때 청사 앞 광장에 설치될 조각품을 제작했다.

작품의 소유권은 용인시에 넘어갔다.2015년 용인시는 청사 앞 광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로 하고 변씨의 작품을 청소년수련관 앞으로 이전했다.

이전을 위해 작품을 해체 후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나기도 했다.

애초 작품에 사용되지 않은 볼트가 쓰였고, 이로 인해 작품의 부식이 진행된 데다, 작품의 각도도 원래와 달리 비틀어졌다.이에 변씨가 낸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모두 변씨의 인격권과 저작인격권(저작물의 내용·형식·제호 등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이 침해됐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각품의 현 소유자가 용인시라고 해도, 이를 상의 없이 옮기고 그 과정에서 변형되게까지 한 행위는 변씨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으로서) 용인시는 적극적으로 예술을 보호·장려할 책임이 있고, 소유한 미술품을 옮길 때에는 그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 원형이 손상되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며 "용인시는 변씨에게 작품의 이전을 통지하거나 의견을 들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조각품 전문업체도 아닌 일반 공사업체에 의뢰해 해체 후 재설치함으로써 작품을 변형·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현저하게 합리성과 정당성을 잃은 행위로, 저작자로서 변씨의 명예감정과 사회적 신용, 명성 등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존에 조각품이 광장에서 신청사와 함께 작품의 정면을 볼 수 있도록 설치되는 등 건물과의 미적 조화를 고려해 제작됐다는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반대로 현 위치인 청소년수련관 앞은 장소가 협소하고 건물을 등진 상태에서만 작품의 정면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아울러 변씨의 저작인격권도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치 장소를 이전한 것만으로는 조각품의 내용이 변경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재설치 과정에서 최초 설치했던 조각품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달라져 저작물의 동일성이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변씨의 저작권과 저작인격권이 침해된 데 따른 위자료는 1천만원으로 책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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