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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코로나19와 항산항심(恒産恒心)

필자의 입향조(入鄕祖)는 서울에서 벼슬을 하다가 무오사화(戊午士禍, 연산군4년, 1498년)때 박해를 받아 울주로 내려온 뒤로 계속 뿌리를 내리고 500여년을 살아왔다. 그 이후, 지금까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이 ‘항산항심(恒産恒心)’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말의 기원은 맹자(孟子)에서 비롯됐다. <맹자)> 양혜왕편(梁惠王篇)에는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 가능한 일이다. 일반 백성에 이르러서는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 (無恒産而有恒心者惟士爲能, 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는 말이 나온다. ‘恒産恒心’은 이 구절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다.

우리 속담에 ‘쌀독에서 인심난다’, ‘사흘 굶어서 도둑 안 되는 사람 없다’는 말 처럼 먹을 것이 있어야 윤리도 나오고 도덕도 나온다는 말이다. 일정한 재산이나 경제적 기반이 없다면 다른 생각을 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생활 안정과 영세사업자 및 중소기업 지원, 경기부양책 등 및 전례없는 재정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으나, 불가피한 조치이며 때를 놓쳐선 안된다.

‘항산항심’에는 공직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교훈도 들어 있다. 정부는 공직자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청렴을 요구한다. 즉 항산을 보장하고 항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맹자는 정치의 본질이 백성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정치의 근본정신을 실천하는데 있어 공직자의 항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국민의 항산(恒産)과 공직자의 항심(恒心)을 모두 이루어야 한다. ‘항산항심’, 2000년 전에 맹자가 던진 한마디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흥식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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