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강석의 경기돋보기]경기도행정역사관

 

 

 

경기도행정역사관은 경기도 인재개발원 안에 있다.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1150번지 광교산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은 아니지만 1960년대 행정자료를 볼 수 있으므로 초중생 부모들에게 방문을 권고한다. 서울 광화문에 있었던 경기도청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볼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도지사 발령장은 마치 조선시대 경기도 관찰사에게 내리는 교지와도 같다.

1960년대 공무원들이 쓰던 책상과 서류, 타자기, 직인, 각종 공예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경기도와 해외 자매결연 도시에서 받은 기념품을 볼 수 있다. 경기도 기록관에서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는 다양한 평태의 기록물을 활용하여 경기도의 역사를 반추해 볼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고 설명한다.

경기와 관련한 기록물중에 ‘경기도청’, ‘경기도의회’라는 동판을 보게 된다. 여기에 작은 정성과 공무원으로서의 스토리가 있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006년 7월에 제32대 도지사에 취임했다. 인수위 기간중에 김문수 도지사는 도청주변의 철조망을 걷어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재임중인 2009년 3월에는 정문과 후문의 철문도 철거를 결정했다.

철거소식을 접하고 몇가지 의견을 도청 부서에 냈다. 문화재부서에 낸 의견은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동판이 박힌 대리석 기둥을 통으로 한적한 화단에 옮겼다가 광교청사 준공시에 정문 등 적정한 곳에 배치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1967년에 세워진 정문 동판은 2009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42년으로서 50년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존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청사관리 부서에 보존제안을 했다. 예산이 없고, 예비비를 쓰기에도 적정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금요일에 들으니 다음날 전격 철거작업을 한단다. 토요일 아침일찍 양복 정장을 빼입고 출근했다. 공사장에 나가서 “도청에서 나왔는데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동판을 생채기 나지않게 잘 뽑아달라”고 주문했다. 양복입은 것이 어느정도 권위적이었는지 작업반장이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받은 동판을 도와 의회의 총무부서에 보내서 보관하도록 조처했다.

2018년 7월 어느날에 언론인과의 오찬에서 동판을 회수해 총무부서에 보 낸일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광교청사를 건립하는 부서에 잘 이관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동석한 젊은 기자가 관심을 갖는 듯 하더니 식사후 3시간만에 소식을 보내왔다. 지금 두 개의 동판이 경기도행정역사관에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전갈이었다. 사나이 가슴이 찡하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역사이지만 다산 정약용 선생이 아들딸에게 보낸 편지 ‘하피첩’이 수원에서 분실되었다가 폐휴지 손수레에 실려 파지고 넘어가기 직전에 구출된 사례와도 같다. 세계적 명화 중에 버려졌다가 위기일발로 구출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도청 역사속에 또 하나의 멋지고 행복한 스토리를 발견했다. 1910년경 서울 광화문의 경기도청 광장에서 경기도와 역사를 함께한 측백나무가 외로운 51년(1967~2018년) 서울 생활을 마치고 경기도로 돌아왔다. 이른바 서울도청에서 짐을 짊어지고 수원으로 온 공직 선배들은 모두 도청을 떠났지만, 올해 110세쯤된 측백나무가 세 번째 경기도청을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도는 우선은 광교역사박물관에 측백나무를 가이식했고 경기도 광교청사가 준공되면 도청안에 이식할 예정이다.

오늘 우리주변의 종이 한 장이 100년후에는 귀중하고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인사유명 호사유피. 경기도청 역사속에 박정희 대통령의 ‘경기도청’, 김영삼 대통령의 ‘경기도의회’ 친필 글씨가 담긴 동판을 온전히 보존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으로 수차례 자화자찬의 글을 쓰고 여기에 올린다. 그리고 공직자로서 경기도행정역사관 건립을 기획한 이병관 실장과 당시의 간부들께 박수를 보낸다. 수년동안 과 사무실에서 동판을 잘 보존해준 공무원, 주무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