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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텃밭으로 시장 보러 간다

 

 

 

 

 

이팝꽃 피고 아까시꽃 피어날 때면 뻐꾸기 울음이 들려온다. 모내기도 하며 바쁜 농사철이 시작된다. 따스한 햇볕에 모든 농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시기이다. 감자를 일찍 심은 데는 벌써 감자꽃이 하얗게 피었다. 고추 모종한 것은 지지대를 꽂아주고 묶어줘야 한다. 고구마도 벌써 모종이 끝나고 파란 완두콩도 넝쿨을 뻗는 계절이다.

엊그제 아침에 전화벨이 울렸다. 여동생이 전화한 것이다. 내용인즉슨 어머니 앞니가 흔들거려 빼셨는데 언니가 보고 싶다고 하신단다. 또 언니가 만든 잡채도 잡숫고 싶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마트로 달려가 잡채 거리와 김밥 거리를 사 왔다. 어머니는 잡채를 좋아하시고 두 여동생은 김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음식이 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이지만, 빠른 속도로 만들어서 어머니가 계신 서신 매화리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평소에 치과 치료가 무척 겁나셨고 핑곗김에 큰딸을 보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딸을 부른 더 큰 이유는 텃밭에 지천인 푸성귀를 마음껏 싸주고 싶어서였다.

유독 사 남매 중에 필자는 나물 반찬과 상추 쌈 등, 채소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밭으로 나가보니 동생은 마늘종을 뽑고 어머니는 이것저것 나물을 뜯고 계셨다. 그렇게 온갖 채소가 소쿠리마다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마늘도 잘 되고 양파도 흰 양파와 보라색 양파까지 잘 되었다. 가뭄 때는 일일이 물을 주고 이렇게 농사를 잡초 하나 없이 잘 지어 놓으신 것이다.

울타리 둘레엔 오디가 작년보다 더 많이 열리고 매실도 많이 달렸다. 감나무에도, 체리 나무에도 사과나무에도 열매가 달렸다. 4년 전 이곳에 집을 지으시면서 어머니가 다 손수 심으신 것이다. 어머니의 밭은 완전히 유기농 산채 밭이다. 방풍나물로부터 시작해서 곰취, 참취, 명이나물, 참나물, 곤드레, 땅두릅, 비름나물, 시금치, 씀바귀, 상추, 파, 열무, 얼갈이배추가 있다. 나무에서 새순을 따는 두릅과 참죽나물도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나물은 다 심고 가꾼 것이다. 그냥 어디서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니다. 어머니와 직장 다니는 여동생이 틈틈이 농사를 지으며 흘린 피와 땀의 산물이다.

위 터에 있는 밭에는 옥수수와 땅콩, 고구마, 고추를 심었다. 앞 밭에는 수많은 나물과 채소가 쑥쑥 자라 이파리에 윤기가 흐른다. 어머니 밭은 필자가 한 번 다녀갈 때마다 완전히 싹쓸이한다. 남김없이 다 싸주시려고 모두 솎아주고 순을 다 따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또 새순이 움트고 솎아주면 크게 자란다고 한다. 동생이 소쿠리를 들고 나간다. “언니! 난 텃밭으로 시장 보러 간다”고 하며 웃는다. 사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주로 밭에서 나는 푸성귀를 먹고 생선과 고기 종류만 사 먹는다는 것이다.

전원생활은 땅을 밟고 흙을 가꾸며 시골의 오염되지 않은 공기를 마시는 장점이 있다. 잠깐이나마 뒷산에서 장끼 우는 소리를 들으니 참으로 경이롭고 행복했다. 뻐꾸기가 날아가며 울음 울고, 아름다운 새소리가 집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담장에는 빨간 덩굴장미가 피어나고 함박꽃도 피어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임을 실감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끝없이 베푸는 모성 본능인 사랑의 상징이다. 있는 것을 다 주고 싶어 하신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걸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고 했다. ‘논에 물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가장 기쁘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부모는 굶어도 자식만은 굶기지 않으려는 마음인 것이다.

어머니는 힘들게 음식을 해왔다고 걱정하시면서도 맛있게 잘 드셨다. 동생들도 김밥을 먹으며 정말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흐뭇하였다. 어머니의 호출로 불현듯 친정에 갔지만, 집에 돌아올 때 자동차 뒤쪽 트렁크가 꽉 차도록 짐을 싣고 왔다.

텃밭을 힘들게 가꾸며 나누는 욕심 없는 삶이지만, 텃밭에서 시장을 보는 여유로움은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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