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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의 향기]호국의 달에 생각한다 -『독립정신』

 

 

 

 

 

『독립정신』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쓴 책으로 융희사년(1910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동신서관에서 펴냈다. 이에 앞서 이승만은 조선의 정치제도에 대하여 왕정제를 없애고 공화정으로 바꿀 것 등을 주창하다가 1899년 박영효 등과 반역죄로 한성감옥에 수감되었는데 이때 옥중에서 쓴 저술이다. 그는 서문에서 ‘한성감옥에 투옥되어 있을 때 거적자리와 착고(죄인에게 씌우는 형틀)밑에 감춰가며 원고를 썼고 석방된 뒤 감시의 눈을 피해 1905년에 다른 사람의 트렁크 밑에 감춰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이라는 자유 세계에서 책을 간행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출간된 지 110년이 지났으나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저자인 이승만은 외교사적으로 뛰어난 독립운동가면서 대한민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이지만 정권에 따라 공과(功過)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는 3·1 독립선언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15년 전 뿌리인 『독립정신』을 외면해 온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근대 독립국가 건설의 큰 비전을 담고 있는 큰 저술이며 역사적 텍스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슬프다 나라가 없으면 집이 어디 있으며 집이 없으면 나와 부모 형제자매 그리고 후손들이 어디서 살며 어디로 가겠는가”로 시작하는 책은 세계정세와 자강(自强)의 방법을 설하고 있다. 이어 “나라의 백성이라면 신분이 높든 낮든 안녕과 복지가 순전히 나라에 달려있다. 삼천리강산 우리 대한은 2천만 백성을 싣고 폭풍우 몰아지는 바다 위에 표류하고 있는 배와 같다. 우리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얼마나 위급한 지경에 처했는지는 어린아이들까지도 모두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나라의 사정이 얼마나 위태로우며 왜 이러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빠져 죽어가고 있으니 정신 차려보기 바란다”라는 총론에 이어 “청컨대 우리 대한 동포들아, 신분이 높든 낮든 관리든 백성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양반이든 천민이든 그리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2천만 민족의 한사람으로서 나라가 기울어가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울어져 가는 국운(國運) 앞에 선 백성이기는 하나 아직 나라를 빼앗기지는 않았던 무렵에 조선의 진정한 독립과 조선이 나아가야 할 현실 외교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금 대한민국이 가야 할 외교적 청사진이라 해도 다르지 않다. 문명개화를 통한 부국강병은 기독교 입국론, 정치적 자유주의와 함께 『독립정신』은 ‘낡은 중국과의 결별, 새로운 동맹 미국과 친구 되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했다.

이 책은 순 한글로 쓰여졌다. 나라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위정자들이 일신만을 위하는 비위(非違)와 무능에도 있지만, 무지(無知)하고 깨우치지 못한 백성에게도 있으므로 민주주의와 독립혁명의 주된 동력인 그들을 계몽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룩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도 분명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백성들이 변한다면 이는 나라를 위해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씨는 잘 뿌려 놓으면 반드시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될 것이다.”라며 독립을 위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승만은 독립운동가들 중 유일하게 무국적을 고집했던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반드시 독립할 것이고, 독립하게 할 것이라는 사명과 믿음을 갖고 살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같이 독립운동을 했던 서재필과 안창호의 국적은 미국, 중국지역을 위주로 독립운동을 했던 김구와 이회영의 국적은 중국이었다. 물론 국적의 취득 여부는 당시 여건상 어느 것이 유불리 했는지를 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승만의 확고한 독립의지와 『독립정신』에 나타난 그의 비젼이 오늘날의 시국 정세에도 잘 부합되기에 호국의 달 6월에 독자들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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