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校名까지 바꿔야하는 실업계 高校

실업계 고등학교의 운영이 어렵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는 문자 그대로 산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학교로, 이론과 기술 위주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학교에서 배출되는 학생수의 많고 적음은 산업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실업계 고등학교 지망생이 많다면 우리 산업계에 미래가 있는 것이고, 반대로 지망생이 감소하거나 없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산업사회로 전환된 60년대 이후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실업계 고등학교는 신입생 모집 때 충원(充員) 문제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다. 대학에 진학해서 4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느니 실업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겠다는 젊은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무렵의 실업계 고등학교는 사회 일반으로부터 필요 불가결한 존재로 인식되었을 뿐아니라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을 수치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GNP 1만불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 일꾼의 산실이었던 실업계 고등학교는 찬밥 신세가 되고, 오늘날에는 신입생 미달 학교가 속출하면서 존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감을 느낀 실업계 고등학교들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지만 우리나라 교육시장이 워낙 보수적인데다 교육법상 제한이 많아 변신하기가 쉽지 않다.
고심 끝에 짜낸 것이 학과 개편과 교명 바꾸기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126개 실업계 고등학교 가운데 내년 신학기를 앞두고, 학과 개편 신청이 18건, 교명 바꾸기가 6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과 개편은 졸업 후 취직할 때 유리한 최신 실용학과로 바꾸는 내용으로, 예컨대 경영정보과를 e-business학과, 기계과를 컴퓨터응용기계과, 정보처리과를 웹컨덴츠과 또는 디지털 정보과 등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다.
안타까운 것은 기존의 교명에서 ‘산업’ 또는 ‘종합’ 따위의 전문성 용어를 빼겠으니 허락해 달라는 개명(改名) 신청이다. 실업계 고등학교의 냄새를 지워 보겠다는 것이 속내지만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된 우리 현실이 참으로 딱하다. 학교 이름을 바꾼다고 교육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만 한명의 학생이라도 더 확보하려면 교명을 바꾸고, 학과 개편과 함께 남녀 공학도 할 수밖에 없다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 주는 것이 일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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