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28일 오전 7시 30분. 권영길(權永吉) 민주노동당 후보는 울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튜어디스에게 몇몇 일간지를 청해 주요 대선관련 기사를 훑어내린 뒤 민노당바람몰이의 전략지로 삼고 있는 울산유세의 구상을 가다듬었다.
권 후보는 이날도 어김없이 오전 5시에 눈을 떴다. 목이 쉰 것을 안타깝게 여긴당원이 보내준 탕약을 한사발 들고 세면을 끝낸 시각 코디네이터가 들어섰다. 오늘은 노동현장을 찾는 날임을 감안해 옅은 화장으로 안면의 피곤기만 살짝 감췄다.
유세전이 본격화된 이후 아침식사를 챙기는 건 사치다. 현장에서 입을 감색 점퍼를 챙겨 오전 6시 김근래 수행실장과 함께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도착은 7시.
탑승시각까지의 짬을 내 3층 라운지에서 빵 두조각과 오렌지쥬스로 허기만 달랬다.
울산 공항을 빠져나오자 당소속 지자체 의원들과 대학생 등 50여명이 "일하는사람들의 대통령, 권영길"을 연호하고 있다. 일일이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한 뒤현대차 이현구 노조위원장이 보내온 승용차를 타고 울산시의회로 향했다.
울산은 전략지. 97년 대선에서 얻은 36만표 가운데 14%가 이곳에서 나왔다. 자신이 초대 위원장을 지낸 민주노총의 아성이다. 울산을 첫 지방 유세지로 잡아 바람몰이를 일으킨다는 구상이 나온 배경이다.
지역언론과의 회견에서 공무원노조 입법저지와 근로자파견제.경제특구법 폐지등을 약속했다. '노심'(勞心)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과의 면담에 이어 현대차 공장으로 가 전천수 부사장을 만났다. "노사는 한몸이라는데 후보 지지도 한몸으로 해달라"며 도움을 부탁했다.
이어 현대차 2공장 조립라인(의장 2부)으로 향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차를조립중인 노동자들의 손을 부여잡았다. 정오. 곧바로 4공장 식당으로 건너가 노동자들과 마주앉아 특식으로 나왔다는 삼계탕을 한그릇 비우며 고충을 청취했다.
오후 3시로 잡힌 중구시장 유세까지는 1시간여 남았다. 막간을 이용, 시장과 멀지않은 한 호텔에서 사우나를 했다. 사우나는 오랜 취미이자 건강 유지 비결. 최근일주일은 일정에 쫓겨 물구경도 못해온 터였기에 잠깐이지만 무척 소중한 짬이다.
평일 오후라 시장은 한가했지만 상인들이 반긴다. "이번엔 걱정 마이소" "TV에서 봤는데 말씀 잘하시데예" "서민들 꼭 대변해주소" 피로가 싹 가셨다. "이젠 바꿔봐야 안되겠습니꺼" 노동자와 서민의 정당으로 바꿔보자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현대중공업 공장 앞에서 귀가하는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뒤 울산대병원을찾아 산재노동자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울산 일정을 끝내고 다음 유세지인 부산행 버스에 몸을 싣자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전신을 휘감아왔다.
그때서야 비서들로부터 강행군을 거듭해온 아내(강지연.姜知延)가 몸살로 하루내내 집에서 쉬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양로원과 병원은 물론 파업현장도 마다않고 다녀온 민노당 열성당원인 아내에게미안한 마음도 잠시, 이내 머릿속은 부산전략으로 모아졌다. 권 후보는 내일의 유세구상을 하다가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연합>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