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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학의 원조 「황제내경」 완역 개시

황제내경」(皇帝內經)은 동양의학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국내 한의학계는 한반도 전통의학을 한의학(韓醫學)이라 불러 서양의학은 물론 중국 전통의학과도 구별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한의학은 거대한 뿌리가 중국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뿌리 중에서도 가장 주축이 되는 의학서가 「황제내경」이다. 한반도 전통의학을 집대성했다는 「동의보감」 또한 곳곳에서 「황제내경」을 인용하고 있다.
전한(前漢)시대 이전에 이미 출현했음이 확실한 이 「황제내경」은 <소문>(素問)과 <영추>(靈樞) 두 권을 합쳐 일컫는 의학서.
각각 81편인데 중국의 전설적 제왕인 황제가 기백(岐伯)을 비롯해 귀유구(鬼臾區), 백고(伯高), 소사(少師), 소유(少兪), 뇌공(雷公) 여섯 신하와 함께 문답을 통해 의학의 이치를 밝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문>이 장부(臟腑).경락(經絡).병기(病機).진법(診法).치칙(治則).침구(針灸).방약(方藥) 등 각 분야와 인체생리.병리.진단.치료에 대해 계통적으로 논술하고 있다면 <영추>는 경락.침구 분야에 주력하고 있어 흔히 <침경>(針經)이라고도 한다.
「황제내경」은 현존 동양의학서 중에서는 출현 시기가 가장 빠른데다 그 영향력 또한 막강해 '의가지본'(醫家之本.의가의 근본)' '의가필독지서'(醫家必讀之書.의가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로 꼽힌다.
김동영(金東映). 1955년 출생인 그의 초기 이력을 보면 의학 냄새는 전혀 없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왔으니 말이다.
이런 그가 무슨 뜻에선지 38세 때인 지난 93년 동양의학의 진수를 배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중국 베이징(北京)대학 중의학과에 입학했다.
학부 졸업 뒤 같은 대학 한방 암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국내에 돌아와 한의학 포털사이트인 '한방메디닷컴'(www.hanbangmedi.com)을 열었다.
이러한 그가 이번에 뭔가 단단히 작심을 한 듯 「황제내경」 완역이라는 거대 프로젝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모든 학문 분야가 그렇듯이 한의학 또한 한국이라는 한정된 테두리에 갇혀 있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황제내경」 완역을 왜 거대 프로젝트라 하는가? 그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완역 분량이 단행본으로 무려 50권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동영씨는 앞으로 평균 석달에 한 권씩 내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 첫 결과물로 「황제내경소문대해」(皇帝內經素文大解) 제1편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을 냈다.(산해 펴냄) 「황제내경」은 원문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번역량이 이처럼 방대해진 까닭은 후대에 수많은 주석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 첫 권으로 나온 '상고천진론' 또한 우스꽝스럽게 들릴 지 모르나, 이에 해당하는 원문은 3쪽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황제내경」 완역 첫 권이므로 이 책 해제를 위한 공간이 대폭 할애됐고, '상고천진론' 자체가 일종의 동양의학 대선언이자 대철학이기에 아예 한 권으로 독립시켰다.
한데 이번 완역 시리즈 제1권 머리말로 붙인 김동영씨의 한국 한의학계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기 그지 없다. 「황제내경」에 대한 연구서 단 한 편 없는 현실 및 이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오독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에 안주하는 한의학계를 향해 각종 독설을 쏟아낸다. 그는 말한다.
"그러니 단순 처방전 위주의 책인 「방약합편」(方藥合編)이나 「동의보감」 등이 아직도 중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약사들이 한약을 짓겠다고 덤벼도 말 한마디 못한다. 실력으로 제대로 된 한의학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머리 깎고 시위하는 것 뿐이다"
그의 이러한 독설은 한국 한의학계를 가리켜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 같다"고 언급하는 대목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한국 한의학계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지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인 듯한데 「황제내경」 완역은 물론 그 일환으로 보인다. 27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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