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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람답게 살고싶어요"

“한국인친구들 만큼만 대우받게 해주세요”

“한국은 더 이상 내게 아름다운 나라가 아닙니다. 이번 추석에 고향 중국에 가고 싶지만 비행기표는 커녕 배 삯도 없어요”
지난 10일부터 안산 반월공단 섬유업체 (주)대농을 상대로 동료들과 함께 6일째 ‘노동자 권리찾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인 고가형(24)씨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해 7월.
99년 말부터 2년여 동안 근무해 온 산동성의 한국방직회사가"한국본사에 가 기술을 배워오라"고 했을 때 고씨의 마음은 설레기만 했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고씨에게는 한 달에 이틀의 휴일을 제외한 하루 12시간의 노동으로 지친 몸과 툭하면 날아오는 관리자들의 욕설로 상처 입은 마음만 남았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노동만을 반복한 고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만원 짜리 두 장. 이 돈으로 국제전화카드 두 장을 사면 쪼개고 쪼개 2시간 남짓 중국에 있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머지 월급 46만원은 회사가 보관한다. 언젠가 회사는 고씨가 신청도 하지 않은 통장을 보여주면서 월급이 꼬박꼬박 모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고씨는 자신이 일하고 번 돈이 ‘모이고 있는’ 통장의 비밀번호를 모른다.
정 돈이 필요해 사장에게 통 사정을 하면 5만원씩 두 번은 받을 수 있다. 고씨는 자기가 일한 돈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지만 동료의 말로는 돈을 주면 도망가니까 그렇다고 한다.
젊은 고씨가 한국에 와 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입국과 동시에 회사에서 여권을 빼앗아가 마음대로 나다닐 수도 없는 처지다. 한 달에 두 번 오는 휴일을 기다리지만 정작 쉬는 날이 되면 잠에 골아 떨어지기 일쑤다.
그래도 고씨보다 먼저 입국하거나 고씨와 함께 온 사람들의 형편은 나은 편이다.
올해부터 회사는 한달 식비라며 손에 쥐어주지도 않는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4만원을 공제하고 왕복비행기 표삯 40만원까지 공제하고 있다.
마음이 아플까봐 부모님께도 털어놓지 못하는 고씨의 소망은 하나다.
“한국인 노동자들만큼만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이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송명희기자smh@kg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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