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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제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벌인 승부였다. 21세기를 여는 첫 대선에서 50대 지도자의 탄생은 우리사회 전반에 내재된 변화에 대한 여망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노 당선자는 모든 국민의 심부름꾼이 될 것라고 소회를 밝히고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다짐이 아니더라도 이번 대선의 의미와 국민의 선택에 담긴 뜻을 새겨보면 노 당선자의 어깨는 무겁기 이를데 없다 할 것이다.
특히 15대 등 역대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절반에 못미친 득표율과 국회에서 소수당인 민주당의 위치 등을 감안하면 향후 노 당선자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키 어렵지않다.
당선의 기쁨에 취하기보다는 새정치와 국민통합 실현이라는 약속 실천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며 국민을 위해 몸을 낮춰 사심없이 봉사 해주길 기대한다.
`3김정치' 이후 시대를 여는 이번 대선에 걸린 의미는 실로 다양했다 할 것이다.
노 당선자 진영이 개혁성을 표방하는 진보와 세대교체에 의미를 둔 선거전을 펼쳤다면 이 후보 진영은 상대적으로 우리사회의 보수층과 안정희구 세력을 대변하는 상징성에 무게를 둔 것도 대선전의 특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에따라 지지계층도 선명히 나눠지는 양상이 전개됐다. 40대를 분기점으로 노 당선자가 젊은 층에서 우위를 보인 반면 이 후보가 중장년 이상층에서 표를 더 얻은 것은 선거전이 과거의 지역 대결구도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세대간 대결구도의 특성을 내보였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이같은 대결구도는 우리사회의 핵심이슈를 둘러싸고 세대간, 진보와 보수진영간의 시각차를 고스란히 투영하는 정책대결 양상으로 구체화됐다.
선거전 와중에 불거진 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사건 및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 요구시위, 북한 핵문제, 성장과 분배문제 등에 대한 두 사람의 입장차가 그 대표적 실례라 할 것이다.
각종 폭로나 비방전, 부패정권 심판론을 둘러싼 논란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유권자들이 이제는 그같은 정치권 내의 구호대결이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쟁점에 휘둘리지 않고 각 후보가 대표하고 있는 정치세력이나 노선에 시종 눈길을 주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보면 이번 대선은 단순히 앞으로 5년간 국정을 담당해나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사회가 이미 내적으로는 새로운 발전단계로 접어들고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21세기 국가의 진로에 대한 다수 국민의 의견도 분명히 제시된 셈이라 하겠다. 그것은 물론 과거의 소모적 정치행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정치를 통해 미래를 열어가달라는 절대다수 국민의 염원과 기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노 당선자의 과제는 자명해진다. 그것은 과거정치가 남긴 상처의 치유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여망의 실현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나타난 지역간 분열구도를 치유하기위한 국민통합 정치의 실현, 원칙과 정치노선보다는 정략과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풍토의 혁신적 개혁을 위해 몸을 던져야할 것이다. 대선승리는 노 당선자 진영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전리품이 아니라 노 당선자에게 국민이 지워준 무거운 과제와 임무를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나가야하는 험난한 노정의 출발점에 불과한 것이다. 국민은 노 당선자를 대통령의 지위에 앉혀놓은 것에 그치지않고 계속 날카로운 눈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것이다. 당장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있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상황, 전국적 시위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SOFA 개정여론, 투표전야에 벌어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의 지지철회에서 단적으로 나타난 취약한 정치기반의 문제점을 대통령 당선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다뤄나가는지 정치력을 주시할 것이다. 또 인수위 구성 등 국정운영을 위한 주축세력을 어떤 방식으로 채워나가는지, 그들이 향후 5년 국정운영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어나가는지를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다. 국정은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을 실망시키지않고 국민의 사랑과 기대를 더욱 끌어모으겠다는 노 당선자 진영의 각오와 다짐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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