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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민속풍경이 한눈에

과천 선바위 미술관서 오는 20일까지

N세대는 물론 4∼50대 중·장년층은 근대화 물결이 일기 시작한 조선후기의 풍속과 옛 조상들이 살았던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정지용의 향수)인 고장을 감히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제법 넓은 동네 한적한 장소엔 소싸움이 벌어지고 한결같이 하얀 옷을 입은 백성들은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봇짐을 잔뜩 짊어진 소는 개천을 건너고, 한편에선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고, 디딜방아로 곡식을 빻는 지극히 한가롭고 평온한 그 농촌풍경을.
과천시 과천동 선바위미술관이 오래 전 사라져버린 옛 조상들의 전통문화를 이서지, 김시온 부부 작가가 그림과 인형을 통해 세시풍속, 혼례, 놀이 등 전래풍속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1층 전체 200평의 미술관 중앙에 자리잡은 인형 특별전은 소싸움, 닭싸움, 뒷간, 주점 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인형작가 김시온(65)씨가 풍속마을전을 열면서 타이틀 앞에 미니란 용어를 사용했지만 폭 4m 길이 14m인 대형무대는 차라리 겸손으로 다가선다.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소싸움 구경꾼은 자그마치 200명.
무릎을 꿇고 밀치기 한판을 벌이는 검정 소와 황소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사실적인 표현과 도포에 갓 쓰고 곰방대를 물고 점잔을 빼며 구경하는 양반과 손을 치켜들며 응원하는 서민의 표정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나무에 올라가 눈을 동그랗게 뜬 어린이들 얼굴도 무척 재미스럽다.
‘줌 아웃’하면 초가집이 눈에 들어오고 뒷간에서 엉덩이를 홀라당 까고 오줌을 누는 아이와 빙 둘러선 아이들 가운데 벼슬을 곧추세우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무서운 기세의 닭싸움 인형이 연이어 잡힌다.
그 위 야트막한 야산, 팔각정엔 선비들이 어지러운 정세를 논하고 산자락 밑 초가집엔 콩나물시루를 돌보는 할머니와 손녀가 정겹다.
높이 세운 솟대 아래 돼지머리와 시루떡 차려 소원을 비는 굿판을 뒤로하고 시계방향으로 돌면 기와를 얹은 풍채 좋은 집에 사는 양반들의 생활 단면을 엿보는 코너와 만난다.
짚신을 신은 하인과는 달리 댓돌 밑 가죽신과 장독대에 그득한 장독 등등.
바로 옆엔 디딜방아로 열심히 곡식을 찧고 도리깨로 쌀겨를 벗기는 여인네를 배치, 서민들의 삶을 조명시켰다.
이서지(72) 화백의 그림도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았다.
산과 개울이 있는 부락에 계절별로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을 표현한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폭 그림(폭 1m 길이 10m)은 관람객을 압도한다.
개천에서 빨래하다 칭얼대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아낙, 지게를 내팽개치고 물로 뛰어드는 아이, 빨강 노랑으로 물든 단풍나무아래 그 해 농산물을 거둬 갈무리하기 바쁜 군상들, 온 천지가 눈으로 덮인 마을 이 구석 저 구석에 윷놀이, 널뛰기로 해 지는 줄 모르는 아이들.
온갖 물건을 이고 지고 와 사고 팔며 교환하는 5일장 풍광을 그린 ‘장날’은 아득한 시절, 순박한 마음을 지녔던 숱한 군상들이 등장한다.
옷차림새와 주변 초가집, 당시 기물 등을 현대식으로 덧칠하면 성남 모란장을 연상케 한다.
이 전시회는 오는 20일까지 열리며 이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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