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수원 A중학교의 권모(31·여) 교사는 하루종일 집에만 머물면서 지루한 하루를 보냈다. 권교사는 "스승의 날에 학교를 안가고 집에 있기는 처음"이라며 "오늘같은 날 제자들을 만나고 싶지만 촌지를 우려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만나기도 껄끄럽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집에서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B고교의 김모(43) 교사는 모처럼 가족들과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지난 13일이 둘째주 토요일이라 토요휴업일인데다 스승의 날까지 학교에서 재량휴업일로 정해 3일간의 황금연휴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교사는 "스승의 날에 대한 의미가 퇴색해 마음은 불편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기분전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5일 경기지역에서는 전체 초·중·고 1천913개교 가운데 67.2%인 1천286개교가 재량휴업일로 휴교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는 1천52개교 가운데 694개교(65.9%)가, 중학교는 503개교 가운데 348개교(69.1%)가, 고등학교는 358개교 가운데 244개교(68.1%)가 휴교를 했다.
휴교를 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 학교들은 대부분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거나 예년에 비해 간소한 스승의 날 행사를 벌였다.
또 휴교를 하지 않은 학교들은 대부분 오전수업까지만 실시했으며 오후에는 스승찾아뵙기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켰다.
수원 송림초교의 경우 이날 아침조례시간에 교장이 방송을 통해 스승의날에 대한 의의를 설명하고 각 반별로 담임교사에게 꽃달아드리기 행사만 실시했다.
일부 학생들은 옆 학교가 쉬는데 자신의 학교는 수업을 한다며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촌지에 대한 우려로 대부분의 학교가 휴교를 했지만 정작 촌지근절과는 큰 상관없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학부모단체인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은 이날 "학부모 1천313명을 대상으로 스승의 날 자율휴업과 촌지와의 관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변화가 없다'가 796명(60.8%)으로 가장 많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213명(16.2%), '낮아졌다' 204명(15.6%) 순으로 조사됐다"며 "오히려 '높아졌다'는 답변도 98명(7.5%)로 나왔다"고 밝혔다.
학사모는 "스승의 날 당일에 쉰다고 촌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 교사, 학부모, 학생이 다함께 기념하는 날로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