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사항
● 현 SBS 경마 해설위원
● 동아일보 경마 평론가
● 서울경마 수석 전문위원
“경마장에서 말과 생활하고 말과 함께 컸습니다. 그래서 이 직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17여년을 경마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유(39) 경마전문위원. 그의 태생도 독특하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마구간에서 태어났단다.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이야 경마전문위원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지만 보통 사람들은 아마 말 상태를 점검하는 사람 쯤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경마전문위원은 경주마에서 기수의 상태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고 우승마를 찾아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마전문가들은 새벽 훈련 상태를 가지고 컨디션을 체크하는 사람들과 지난 경주를 분석하고 관계자들과 유대관계를 지속하며 앞으로 있을 경주에 대한 경기를 예측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후자가 이 위원의 예측방법이다.
단순히 컨디션을 체크하는 것보다 지난 경기를 분석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없다. 아니 오히려 미래를 예측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려운 작업일지 모른다.
이 직업에 대해 이 위원은 ‘도움을 주는 하지만 결코 칭찬받을 수 없는 직업’이라고 자평한다.
“경마 팬들 입장에서는 전문위원들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저희는 우승마를 점치는데 여러 가지 변수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길을 안내할 뿐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만큼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이 위원은 한 때 ‘춤꾼’이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고교 때 서울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북청사자’ 탈춤을 배워 특기장학생으로까지 선발됐으나 부상으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그 절망 속에 눈앞에 펼쳐진 것은 10여 마리의 출주마들이 우승을 향해 힘차게 뛰는 모습이었다.
2,3분간 천지를 뒤흔드는 말발굽소리에 그의 가슴도 함께 뛰었고 4만여 관중들의 함성이 여과 없이 그의 심장에 전달됐다. 새삼 다를 것도 없었고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니었다.
뚝섬 경마장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덕분에 마구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뚝섬 경마장에서 생활했던 이 위원에게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천직임을 깨달은 때문이었을까. 17여년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사행산업으로만 여겨졌던 경마산업이 모 방송을 통해 유선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일간지에도 경마 예상 기사 등이 게재되면서 경마가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경마를 양지로 이끈 주역이 바로 이 위원이다.
“경마를 ‘사행성 조장 사업’이라는 비난도 있는데 물론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경마장에 여성은 물론 연인들과 가족들이 등장하며 즐기는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무를 보고 숲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이 위원은 경마산업이 지자체 재정자립도 형성은 물론 농축산 시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점을 역설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로 인해 순수하게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의식이 그 변화를 앞서가지 못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측면에서 한 경마소식지에 예상 우승마를 예측하는 그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을 토로한다.
“외국의 경우 우승마 예상을 칼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필하지만 우리나라는 우승 예상마의 번호를 제시한 채 전문위원들이 왜 이 말을 우승마로 점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리지 못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탓 때문이지만 앞으로 변화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승마 예상을 하는 탓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돈 많이 벌었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 위원은 경마를 눈으로 즐긴다.
“전 경마에 배팅을 하지 않습니다. 관련자들은 못하게 돼 있기도 하지만 한 번이라도 시도를 한다면 분명 사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음 경주를 정확히 진단하고 출주마들의 컨디션을 판단하려면 절대 사심이 없어야 합니다. 내 판단을 믿는 사람을 위해서 말이죠.”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마전문위원은 2천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봉은 2천여 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별한 교육기관이 없는 탓에 전문성을 평가받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전문가들도 많이 양산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매 경기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경주마들을 보면 사람들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아요. 첫출발을 힘차게 했더라도 중간에 뒤로 쳐지는 말이 있는가하면 첫 출발은 늦었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결국 우승마가 되는 것을 보면 현재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게 돼요.”
‘경마를 즐기고 싶다면. 욕심을 버려라’ 이 워원이 경마팬들에게 하는 조언이다.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경마장을 찾아 경주마들이 뛰는 모습을 감상하며 한 주 동안 묵은 스트레스를 풀고 갈 수 있는 여유를 갖길 기대했다.
경마가 진정한 레저스포츠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경마장을 찾는 또 경마를 사랑하는 팬들의 순수함이 필요한 때문일 것이다.
/강석인기자 ksi817@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