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텐더 : 16세기경 영국에서 양조(釀造)업자로부터 갈라져 주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상점이 생겼는데, 이 상점에서 술이나 음식을 제공하는 카운터를 바(bar)라 일컬었으며, 바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바텐더라고 불렀다. 그 후 미국에서 칵테일이 보급됨에 따라 칵테일 제조 기술자를 바텐더라고 부르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바텐더와 바맨(barman:술집 주인이나 종업원)을 구별해 부른다.
80년대 후반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칵테일’이 상영되면서 일반 대중의 관심 밖에 있던 바텐더(bartender) 세계가 일반인들에게 소개됐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열정을 담은 이 영화를 통해 ‘바텐더’는 떠오르는 유망 직업으로 각광을 받았고 ‘H바(bar)’ 문화가 대중화 되기 시작하면서 상권이 형성된 곳에는 어김없이 바(bar)가 들어섰다.
그 열풍을 타고 요즘은 ‘섹시바’, ‘카지노바’ 형태의 변형된 바들까지 가세해 정통 클래식바를 찾기가 쉽지 않다.
흔히 정통 클래식바를 연상하면 잔잔히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세계 유수의 꼬냑, 위스키, 브랜디, 진, 럼, 보드카 등 각양각색의 주류가 한 눈에 들어오고, 은은한 실내 인테리어에 매료된다.
그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며 동료나 친구들과 여유롭게 마시는 칵테일 한 잔은 그날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감미로운 칵테일 향에 흠뻑 젖어든다.
10일 저녁 수원시 영통구청 옆 상가 밀집지역 NES(NEVER ENDING STORY)바에 들어서는 순간 칵테일과 꼬냑, 위스키를 마시며 듬성듬성 앉아 있는 고객들 사이로 서두름 없이 차분히 오가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 온다.
무릇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그가 나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호탕하게 웃는다. 그가 옮기는 자리 마다 웃음 꽃이 피고 대화는 더욱 무르익는다. 덩달아 칵테일과 위스키의 향은 짙어지는 듯 했다.
이 바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바텐더 생활을 한 지 10여년이 됐다는 김세중 매니저. 단아한 기품과 용모가 한 눈에 매니저 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들의 얼굴이 어둡더라도 다시 문을 열고 나가실 때는 밝게 웃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저희들의 일입니다. 손님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손님들도 마음을 열게 되고 그 순간 만큼은 힘든 일도 나누는 친구가 되는 겁니다”
그는 서비스업이 일찌감치 천직인줄 알았단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목과는 무관하게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너는 성공할 것’이라 평했고 그래서 스스로도 그렇게 믿어버렸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잘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자만이 실패를 불러왔고 1년여 만에 고스란히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했고 스스로 나태했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다부지게 마음먹었고, 그래서 지인의 소개로 고객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바텐더’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지배인이라는 높은 직책을 맡았지만 문제는 기술이 없었다.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분명 낮은 땅부터 밟아야 하기 때문에 밑바닥부터 시작하자는 마인드로 화장실청소에서 설거지 바닥청소까지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틈만 나면 눈동냥 귀동냥을 동원해 후배들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잠자는 서 너 시간을 쪼개 남몰래 이론과 실습을 병행했다. 노력은 결과를 낳았다. 가게 오픈 당시 1천800만원 하던 매출이 6개월 만에 3배의 신장세를 보였고 스카웃 제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한번도 내가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 가게, 오너로서의 마음가짐으로 일했어요.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노력했고 눈에 띄게 늘어가는 매출 상승에 일이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바텐더에 입문하기 위해 학원을 졸업한 것도 아니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에 애정과 자긍심을 갖고 있는 김세중씨. 힘들고 절망적일 때도 많지만 바텐더라는 직업에 대해 한번도 후회해 본 적 없다.
그런 탓인지 그만큼 시대 흐름을 타고 ‘바’문화가 점차 변질돼 가고 있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바도 어찌보면 문화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문화가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공간으로 편하게 술한잔 즐길 수 있는 장소를 혼돈해 직원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손님을 뵐 때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물론 저희 가게에는 그런분이 한분도 없으시지만요. (하하하)”
바텐더에 입문하려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뭘까.
김 매니저는 한 때 함께 일한 키도 작고 외모도 평범했던 후배 이야기로 궁금증을 불식시켰다.
“별명이 ‘팁걸’이었어요. 받은 팁이 타 직원들 봉급수준이었으니까 굉장했죠. 그 친구는 늘 열심히였어요. 관상학, 심리테스트 등 손님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꾸준히 공부했고, 준비된 자의 효과는 엄청났어요. 그녀와의 유쾌한 대화가 결국 손님 지갑을 열게 만들었으니 대단하죠. 그래서 늘 후배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손님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늘 준비하라고”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이야기 나누기 좋아하는 열정을 지닌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법한 세계 ‘바텐더’. 그러나 외형적인 모습만 평가해 뛰어들었다가는 진정한 매력을 모른채 2~3개월 안에 포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번은 3년만에 예전 가게에 단골 고객분께서 ‘김 매니저 찾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줄 아나’하면서 멋적게 가게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열심히 살았구나 했어요. 이 세계 불문율중 하나는 바텐더가 떠날 때 절대 단골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찾아 오신 고객을 보고 느꼈죠. 마음은 나누면 된다고”
‘네버엔딩스토리’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있고 웃음이 있고 서비스가 있는 그 곳에 가면 따듯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김세중 매니저를 만날 수 있다. /강석인기자 ksi817@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