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이유이건, 개인적인 욕심이건, 취미생활의 일부이건 요즘 직장인들의 트랜드는 투잡(two jobs)이다.
본업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수입적인 측면에서도 투잡은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잡을 넘어서 쓰리잡, 포잡도 서슴지 않는 추세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하자, 일할 수 있을 때 벌자’는 젊은 트랜드를 반영하는 듯하다.
취업난을 흔히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낙타를 바늘구멍에 밀어넣고도 또 다른 일에 열정을 받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일을 사랑하고 일을 개척하는 전문인이다.
투잡족 박지애(27)씨를 평촌 디자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평일에는 멋진 슈즈 디자이너(shoes designer), 주말엔 인터넷 쇼핑몰(아임어걸 www.imagirl.co.kr) 전속모델을 하고 있는 박지애씨.
그녀의 본업은 슈즈 디자이너다.
어찌보면 지금 부업을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가 본업이었던 대학시절.
서울예대 방송연애과를 다니면서 대학시절부터 뮤직비디오와 잡지, 인터넷 뷰티 관련 광고를 찍으며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불안정한 직업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 일에 미칠 수 있는 직업을 택하고 싶었던 박씨는 자신이 늘 꿈꾸어왔던 슈즈 디자이너의 길을 택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오산대학에 슈즈관련 제화패션산업과가 있었지만 대학생활보다는 실무를 익히고 싶었다. 그래서 압구정동에 있는 학원에서 1년여 동안 슈즈 디자이너와 공정과정을 배우며 실력을 다졌다.
유학도 고려해봤지만 같은 학원을 다니던 지인들의 충고와 어디에서든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마인드로 열심히 실무를 익혔다.
그리고 학원장 추천을 받아 현재 근무처인 (주)아트위즈코리아에 올 초에 입사해 ‘메스티지아이’ 슈즈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두를 신기 시작하면서 구두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구두를 보면 그사람의 성격과 패션감각을 알 수 있을 만큼 구두 자체가 갖는 매력이 풍부하다고 생각해요. ‘진짜 멋쟁이는 신발을 보면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제는 그 구두를 제가 직접 디자인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거죠”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는 잔심부름도 즐겁다는 그녀의 마인드 덕분일까.
인터넷 쇼핑몰 ‘아임어걸’에 ‘메스티지아이’ 제품을 설명 하려고 그곳을 찾았다가 그녀에게 투잡의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전속모델을 찾고 있던 쇼핑몰 측에서 그녀에게 모델 제안을 해 온 것.
훨친한 키에 이국적이면서도 왠지 낯익은 그녀의 모습이 모델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촬영도 주말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녀가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6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변에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투잡, 쓰리잡을 하고 있지만 투잡의 기회가 우연히 오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는 박지애씨.
“투잡을 할 생각은 있었지만 본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모델 제의를 받고 이거다 싶었어요. 왜냐면 디자이너들에게는 유행이나 트랜드가 중요한데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지금 유행하는 패턴을 익힐 수 있어 저에게 딱 맞는다고 생각해 모델 제의를 흔쾌히 승낙했죠”
쇼핑몰 모델은 처음에 단순히 아르바이트 개념이었다.
그러나 점점 모델 활동을 통해 슈즈 디자이너에게 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또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슈즈는 젊은 감각에 맞게 디자인돼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용적이어야 해요. 소비자가 신었을 때 불편하면 절대 안되잖아요. 때문에 저에게 이것저것 제품들을 신어보고 의상과 맞춰보는 기회는 좋은 경험이 되고 있어요”
무엇보다 주위의 반응이 좋았다.
쇼핑몰 매출도 그녀가 모델이 된 이후 1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좋아하는 일과 일에 도움이 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그녀를 더욱 즐겁게 하는건 짭짤한 부수입. 자신의 미래를 투자하기 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있단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슈즈 디자이너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곳은 없다. 또한 의류산업에 비해 슈즈 시장은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그녀의 길은 아직도 멀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모든 것이 출발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 많은 박지애씨. 하지만 그녀의 꿈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슈즈를 세상에 선보이는 것이다.
“투잡의 어려움은 하나를 소홀히 해서도 그렇다고 하나에 너무 매달려서도 안된다는 거에요. 두 가지 일 모두 프로정신을 가지고 임하되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다면 멋진 투잡족이 될 수 있을 거에요”
그저 온실의 화초처럼 살아갈 것만 같은 그녀가 프로답게 자신의 두 가지 일에 대한 신념을 밝히는 모습이 그녀를 더욱 빛나게 했다.
/강석인기자 ksi817@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