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영혼과 대화” 철학있는 전시회 고집

2006.12.20 00:00:00

[Job & Life] 수원미술전시관 큐레이터 강주현 씨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큐레이터는 미술작품을 다루고 관람객들에게 소개해주는 우아한 직업이라고 여기겠지만 사실은 어떤 성격의 전시회를 열 것인지 결정한 후 작가 섭외에서 작품 선정, 전시회 공간 배치 등 작품을 진열하고 발로 뛰는 직업입니다”
‘철학이 있는 전시회’ ‘의식이 있는 전시회’를 만들겠다는 강 큐레이터가 수원미술전시관에 온 지는 5개월째. 큐레이터를 궂이 나누자면 섭회 능력이 뛰어나 작가를 적재적소에 잘 소개하는 큐레이터가 있는가 하면,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교육적 측면을 강조하는 큐레이터가 있다.
또 예술가들의 작품에 매료되고 그들에게 동화돼 전시회가 작가들을 위한 전시회가 되도록 철학적 예술을 고집하는 큐레이터, 그리고 전시회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단순한 전시회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독립프리랜서(예술총감독 등) 큐레이터가 있다.
강 큐레이터의 경우 수원시에 소속돼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문화적 소양의식을 높여주고 보다 쉽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달이면 3분의 1을 야간근무해야 하고, 주말에 전시회가 있는 날이면 휴일도 반납해야 하는 등 하루 24시간도 모자라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급여수준이 열악한 편이다. 때문에 큐레이터 역시 소양의식과 예술적인 신념이 필요하다.
그리고 금전과 바꿀 수 없는 또하나의 매력은 작가들과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것.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이해해주지 않거나 낯선 사람들과는 말도 섞으려 하지 않아요. 그런데 큐레이터라는 직업 때문에 예술가들이 스스럼없이 대해주고 그들과 예술세계를 공유할 때면 더 큰 세계를 공부하는 기회를 얻는것 같아요”
큐레이터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
강 큐레이터는 조심스럽게 학위나 전공도 필요하지만 예술에 대한 ‘안목’이라고 말한다.
“예술에 대해 자기만의 안목을 갖지 못하면 철학적 소신이나 안목을 갖는게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사나 미학 등 공부는 물론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해외 경험도 쌓아야 해요. 예술은 사람의 영혼이 표출되는 하나의 현상이기 때문에 문화적 취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녀가 큐레이터 활동을 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일반인들과 예술가들이 보는 눈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술은 흩어지는게 아니라 하나로 소통된다는 얘기다.
“저희 미술관에서는 일년에 한번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전시회를 열고 작품 심사를 관람객과 심사위원들이 반반씩 나눠서하도록 하고 있는데 1, 2위 모두가 심사위원들과 일반인들이 뽑는 작품이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시민들 의식수준도 올라간 탓이지만 모든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예술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큐레이터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 걸까.
큐레이터 관련 자격증은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정(正)학예사와 준(準)학예사가 있다. 준학예사 자격증 취득자는 5년간 경력을 쌓으면 3급 학예사 자격이 주어지며, 관련학과 석사취득자는 시험없이 2년의 경력으로 3급 학예사 자격이 주어진다. 이후 2급, 1급으로의 자격 승급은 일정기간 경력인정대상기관에서 근무하고 자격증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된다.
강 큐레이터는 미술대학에 입학해 그림을 전공했으며, 예술경영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홍익대 미학과 박사과정중이다. 10여년을 예술학에 몸담은 때문일까 예술에 대한 고집과 열정이 남다르다.
“사람들은 ‘한국인 백남준’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해요. 세계적인 예술가인 만큼 ‘예술가 백남준’이라는 거죠. 그런데 전 생각이 달라요. 지역색을 말하는게 아니라 지역특색을 살릴 때가 된 거죠. 수원에는 나혜석이 있듯이 이곳 색깔에 맞는 전시회가 필요하고 수원을 대표하는 신진작가 발굴이 필요한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미술단체들의 화합이 필요하다는 게 강 큐레이터의 소신이다.
현재 수원 미술은 40여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중견작가들의 활동이 활발하지만 신진작가들의 활동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소외되고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미술을 찰스 사치(영국 컬렉터·작품수집가)에 의해 YBA(Young British artists) 신진작가를 발굴해 낙후된 미술시장을 혁파하고 쇄신함으로써 영국을 알린 계기가 됐다.
수원의 경우에도 지역 미술대학과 연계해 수원미술의 역사를 수집하고 어떤 역사를 남겨줘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때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단아하고 지적인 외모만큼이나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확고한 그녀의 뒷모습에 지역문화의 밝은 미래가 스치는 듯 했다./강석인기자 ksi817@kgnews.co.kr

강석인 기자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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