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집] 작가의 손끝, ‘활기의 꽃씨’ 퍼트리다

2010.08.01 19:38:07 14면

부엉배 마을의 공공프로젝트 조명

 

지역의 미술작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보잘 것 없던 시골 마을을 아름답고 활기차게 변모시키면서 마을의 정체성을 높이고 주민들간에 단합과 소통이 이루어 지게 했다. 일반적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결과물인 미술작품을 보고 느끼는데 만족한다면 이 마을에서 이루어진 공공 미술프로젝트는 어떻게 주민들의 소통에 관여하고, 그것이 마을에 어떠한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가 되고 있다.

 

특히, 이 마을은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민들레 사업단을 조직해 공동사업체를 추진할 정도로 단합과 소통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된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1리 2반 부엉배 마을의 공공프로젝트 진행이 시작된 과정과 그 후 변모된 모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당초 이 프로젝트는 공공예술 들로화 집단(대표 이종희)과 남양주지역 작가들이 지난 2008년도부터 부엉배 마을에 관심을 보이면서 부터 시작됐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주민이 늘어나기 시작해 이제 겨우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삼봉 2리의 작은 마을은 개발제한구역과 군사보호구역등 각종 규제로 인해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낙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들은 규제속에 있으면서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는 이 마을만의 긍정적 측면을 발견하게 됐고, 특히 부엉이가 살고 있는 몇 안되는 지역에 포함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을주민들과 대화의 자리를 가진 지역 작가들은 이전까지 마을 이름이 없던 이 마을의 이름을 ‘부엉배 마을’로 정하면서 마을의 정체성을 수립하고, 지난 2009년 초에 지역의 발전과 환경의 보전이라는 화두로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기획안을 알고 들로화 집단으로부터 기획안을 받아 검토한 남양주시는 행정안전부의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접목시켜 추진하면 좋겠다고 판단, 희망근로 인건비 1억여원을 지원했다.

이때부터 남양주 지역 작가들은 희망근로 인건비만 받고 지역을 위해 흔쾌히 봉사에 나섰고 마을 주민들도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이 들어 설 부지를 내놓는 등 시와 작가 그리고 주민들이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힘을 얻은 들로화 집단과 주민들은 45번 국도변의 마을입구부터 1km의 길을 걷고 싶은 명품 산책길로 만들고 마을은 부엉이를 테마로 하는 아름다운 시골로 변모시키기로 했다.

또, 무엇보다 작가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며 마을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고 꾸미는 과정을 통해 마을의 정체성을 높이고 주민들끼리 더욱 단합되고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게 했다. 이는 이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20여명의 작가들은 주민들과 의논 끝에 저녁이면 앞산에서 ‘부~엉, 부~엉’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부엉배 마을 입구에 마을 상징물로 부엉이 형상의 작품을 설치하고 마을길의 100m구간 마다 형상화한 거북이나 물고기, 새 등으로 특색있는 이정표를 설치했다.

산책길의 중간 중간에는 아트벤취를 설치해 여유있는 ‘쉼’ 을 강조했으며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의 원할한 소통을 희망하는 우체통도 설치했다.

또, 주민들의 쉼터와 모임 장소 역할을 할 정자를 세웠고 정보의 교류와 소통을 위해 게시판을 설치했다.

이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 마을 주민들도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반상회를 조직하고 월 1회씩 마을 청소를 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단합과 소통이 시작됐다.

또한, 월 1회 열리는 반상회는 마을에서 이루어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의의와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가 됐고,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생태환경보존과 공동의 이윤창출 고민 그리고 마을 주민 스스로 마을의 토양에 맞는 수목과 채소를 연구했다.

이와관련, 주민들은 올해 1월 반상회에서 마을 가로수로 보리수를 선택했고 5월에 시의 지원을 받아 200그루의 보리수를 심었다. 이천주 반장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덕분에 마을이 단합이 됐고 매달 반상회와 마을 청소 등도 하게 됐다”며 “내년에는 ‘보리수 축제’도 열 계획이니 구경와 맛봐달라”고 말했다.

공공 미술프로젝트는 이 마을 주민들에게 단합과 소통이라는 중요한 것을 안겨줬지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름아닌 민들레 사업단 구성이다. 주민들이 뜻이 맞으면서 민들레 사업단이 조직됐고 뜻있는 주민 2명이 민들레 재배지로 9천900여㎡(약 3천여평)의 부지를 내 놓자 다른 주민들도 주머니를 털어 자금을 마련해 다함께 민들레 모종을 심고 가꾸고 있다.

‘부엉배 마을’의 변화는 훌륭한 기획을 바탕으로 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 주고 있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들로화 집단의 대표 이종희 작가는 “소통을 전재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며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작품이 있는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고민해야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미술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환기시키고 관광자원화 한 예는 있으나 지역사회구성원이 공공미술을 통한 소통의 과정을 통해 공동체사업을 구축한 예는 많지않아 이 프로젝트가 더욱 돋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들로화집단 이종희 대표

공공미술 프로젝트‘부엉배 마을’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종회(43) 작가가 사진작가 주도양씨와 함께 발간한 ‘노고산 블루스’의 프로필에 보면 삼육대에서 처음에는 영문학을 공부하고 나중에 동국대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영문학에 이어 미술 전공! 왜 인지 물었다. 이 작가는 “중고생때 미술반 활동을 할 정도로 미술을 좋아 했고 미대를 진학하려 했으나 군인인 부친의 완고한 반대로 못가고 뒤늦게 뜻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와 정착’이 작업 화두라는 이 작가는 “자신의 성장과정이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06년도부터 대전 홈리스, 양평 양동, 남양주 백월과 부엉배, 마포구 노고산동 등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으며,경기도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평화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있는 부엉배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밭일도 거들면서 최근에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자동차를 매개로 한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들로화는 이 작가의 예명이기도 하다.

 

이화우 기자 lh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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