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경찰이 신호체계를 세분화 하기 위해 시범운영 중인 ‘3색 신호등’이 여러가지 문제점을 돌출한 가운데(본보 28일자 23면) 경찰이 여론수렴 단계도 거치지 않고 고장난 신호등이나 신설교차로, 내구연한이 지난 신호등에 대해 우선 교체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시나브로 행정에 대한 비난이 확산될 전망이다.
2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차로별로 제각각 3색 신호등을 설치하고 좌·우회전 차로에는 좌·우측 화살표가 표시된 3색 신호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09년 7월부터 8개월간 도로교통공단·시정개발연구원·대한교통학회 등과 함께 6억4천만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보다 앞선 지난 2009년 3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함께 3색 신호등 도입을 골자로 한 ‘기초 법질서 확립을 위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시행에 앞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충분한 여론수렴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3색 신호등 도입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 이전인 2009년 11월 24일부터 20여일간 경기, 충청, 강원, 경남, 경북, 호남 등 6개 권역에서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 운영 중인 3색 신호등 도입 취지’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각 1회씩 실시했을 뿐 현재까지 주민의견 수렴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경찰은 6개 권역에서 실시한 주민설명회로 홍보나 의견수렴 과정을 마무리 한 것으로 여기고 시범운영에 들어가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2월부터 도내 안산상록·의왕·남양주·파주·안성 등 5개 지역에 10개소와 서울 동십자각~숭례문 구간 11개 교차로 등에 3색 신호등을 설치해 오는 6월까지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고장난 신호등이나 내구연한(10년)이 지난 신호등, 신설되는 교차로에 대해 시범운영이 끝나기 전이라도 시민들의 의견수렴없이 3색 신호등으로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전면 실시할 경우 전국적으로 850여억원의 혈세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자치경찰연구소 문성호 소장은 “경찰청이 신호체계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검증받기 위한 절차도 거치지 않아 비난을 자초하고 있고 결국 신호등 제작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객관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가 시급하고 이 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검증절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시범운영기간이지만 노후되거나 고장나 교체가 필요한 신호등에 대해 우선 교체해 시민들의 반응을 볼 계획”이라며 “신호등 설치에 따르는 예산은 지자체에서 집행하지만 이를 확대할 지 여부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시범운영을 하는 것이고,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