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북한 핵실험으로 불거진 국가안보 위기 속에서 새정부의 원활한 대응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6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못했다. 오후 들어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데다 17개 부처 장관의 인사청문회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불거진 한반도 안보 위기를 총괄할 신설 직위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미처리로 박 대통령이 인선안을 결재하지 못해 김장수 내정자가 제대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했다. 사실상 청와대 안보 컨트롤타워 기능에 ‘구멍’이 생긴 셈이다.
신설 부서도 인사청문회 지연으로 올해 배정된 예산을 결재하지 못하고 있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나 해양수산부는 아예 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으면서 후속 조직 구성조차 뒷전으로 밀려 사실상 정부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도 내달 6일까지 잡혀 있는데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부처명이 바뀌는 4명의 장관 내정자의 경우 인사 청문회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온전히 ‘박근혜 내각’이 참여하는 국무회의가 되려면 내달 중순이 지나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여파로 청와대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지난 정권의 직제를 준용해 임명됐다. 청와대 인선 미비로 국정에 차질이 있으면 안된다는 판단에서 옛 직제를 활용한 ‘고육지책’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총리 임명동의안을 결재하면서 인사 재가를 했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 직제 기준으로 인사 재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편법’으로 임명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청와대는 1분 1초도 멈출 수 없는데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기다릴 수 없다. 마침 직제가 있어 그 규정에 따라 충실히 법적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총리 임명동의안이 이날 오후 국회를 통과, 가파른 여야 대치에 대한 막판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희망섞인 전망도 나왔지만, 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는 별개라는 입장이어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정부조직법 갈등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어 파행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시급한 현안이 없어 아직은 임시 국무회의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장기화할 경우 다음달 중 전 정부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다음달 초까지는 당분간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국정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