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정치권의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무(無)공천’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새누리당이 4·24재보선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을 결정했지만 당 지도부 논의과정에서 거센 찬반 논란끝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치권의 기득권 포기에 대한 첫 시도가 안개 속에 휩싸여 난항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지난 1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재보선에 나설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을 결정했다. 이번 재보선은 기초단체장의 경우 가평과 경남 함양 등 2곳, 기초의원은 고양 마선거구 등 3곳이다.
이같은 무공천 방침은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정치쇄신안을 발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이행하는 시발점인데다 민주통합당도 대선공약을 발표했으나 내부 논의과정에서 진통을 겪고있는 것과 달리 선도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하루 만에 당 지도부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무공천 방침에 ‘쐐기’를 박기 위해 20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앞서 열린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찬반 논란의 중심에 도내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입장이 엇갈렸다.
황우여 대표(인천 연수)가 이날 연석회의에서 “당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치쇄신 차원에서 공천하지 않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했다”며 “약속을 지키고자 오늘 논의해 확정지으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쇄신파의 리더격인 남경필(수원병) 의원도 “상대방이 공천하는 경우 우리에게 선거가 쉽지 않지만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기득권을 먼저 포기할 때 국민이 진정성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몽준 의원도 나서 “어려운 일이지만 잘한 일”이라며 “새누리당이 정치개혁을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우리 정당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우선 공천개혁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곧바로 공개적인 반박이 꼬리를 물면서 오리무중에 빠져 험로를 예고했다.
먼저 심재철(안양 동안을) 최고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공천하지 않는 것은 자살행위와 마찬가지”라며 “민주통합당은 공천하는데 우리만 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는 백전백패”라고 거세게 반대했다.
심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조속히 의원총회를 열어 무공천 방침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달라”고 당내 의견수렴에 나설 것을 건의했다.
이에 정우택·유기준 최고위원도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것은 정당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 “정당공천 배제가 개혁인지 개악인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결국 비공개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자체적인 연구에 나서기로 하면서 보류됐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원칙적으로 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의 무공천 결정에 이은 찬반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어서 정치쇄신안을 마련중인 당 혁신위원회도 정당공천에 대한 논의를 진척하지 못하면서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민현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 걸쳐 해당 지역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면서 “지역간담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모아 다음주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