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참혹하게 훼손한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400여m 떨어진 곳에서 지난 3일 또 다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112 신고를 받고 2분여만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신고대상 여성의 안전여부 확인이나 강제 진입은 하지 않고 방관, 성폭행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초동대처 논란과 함께 112 신고 시스템 개선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마저 일고 있다.
5일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새벽 3시33분 출장마사지 업소 운전기사 문모(22)씨는 경기경찰청 112 상황실에 “스포츠 마사지 아가씨가 손님 집에 들어갔는데 핸드폰이 꺼져 이상하다”고 신고했다. 문씨가 지목한 손님 집은 수원 지동으로 오원춘 사건 발생 지점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이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살인이나 강도, 인질사건 등 위급상황에 적용하는 ‘코드1’로 분류하고 관할 경찰서인 수원중부서 동부파출소에 출동을 명령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관은 2분 뒤에 현장에 도착해 주택 창문을 통해 임모(25)씨가 출장마사지사 A모(36·여)씨와 성관계하는 것을 목격했지만 강제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 무려 1시간뒤인 오전 4시30분쯤 A씨가 밖으로 나와 ‘성폭행당했다’고 말하자 임씨를 체포했다.
더욱이 출동했던 경찰들은 임씨가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검거 뒤 부착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임씨는 2006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2년6개월을 복역했으며, 2010년에도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2년6개월과 5년 동안 전자발찌 착용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가택 강제진입 등을 골자로 한 ‘위급상황시 가택 출입·확인 경찰활동 지침’을 마련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신속한 출동과 초동조치가 가능하도록 112 신고시스템도 개선해 이같은 개선책들의 실효성 논란마저 불붙은 상태다.
당장 사건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 S음식점 대표는 “20년째 이곳에 살고 있지만 ‘오원춘 사건’이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야간에는 건장한 남성들조차 지나 다니기 무서울 정도”라며 “일부 CCTV를 설치했지만 사건이 발생한 현장 주변은 여전히 CCTV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초기대응 부실 논란이 일자 자체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이만희 경기경찰청장은 “경찰이 112 신고접수후 초동 대처가 적절했는지 등 진상 파악을 위한 감찰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