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발생한 AI의 도내 유입 차단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가창오리가 ‘H5N8형 AI’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야생 철새를 매개로 한 AI 전파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강을 중심으로 하는 도내의 경우 오리와 기러기 등의 철새도래지인 시화호 인근 안산·화성 지역과 하남의 팔당대교와 팔당댐 인근이 과거 양성반응을 보인 바 있는데다 ‘설날 연휴’도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국 22개의 상시방역(예찰) 철새 도래지 가운데 시화호와 팔당댐 등 10곳이 과거 AI 양성반응을 보였던 곳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파주의 곡릉천 등 22개 야생 철새 도래지를 상시 방역지역으로 지정해 소독약 살포 등을 주 1회 이상 실시하면서 꾸준히 방역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고창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집단폐사가 AI 전파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AI 전염 위험지역이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가축 조류에 비해 면역력이 매우 강한 야생 철새들이 집단 폐사할 정도라면 아주 강력한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또 ‘민족 대이동’이 불가피한 ‘설날 연휴’가 다음 주로 다가온 것도 AI 확산 저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모(37)씨는 “취미인 마라톤 운동을 위해 가족과 함께 시화호 인근을 자주 찾는데 AI 발생 소식 이후 찾는 횟수가 줄었다”며 “시화호 인근에서 아직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도내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로 가창오리 수만 마리의 철새가 몰려 있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AI가 발생한 전북 부안이 고향이라는 김모(29)양은 “걱정스러워 전화를 했더니 이번 명절은 내려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하시더라”라며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현재까지 문제가 없는 인근 마을 양계 부화장의 병아리까지 예방차원에서 모조리 살처분했고, 주민들은 물론 친인척의 왕래까지 다 막고 나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 관계자는 “야생 조류 집단서식지에서 야생 조류가 사람이나 차량 등에 의해 놀라 흩어지지 않도록 야생 조류와의 안전거리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사람과 사육동물, 야생 동물 간 교차 감염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