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 걱정하더니… 결국” 학부모 오열·실신

2014.04.16 22:18:13 22면

교장실 비상대책반 운영
학생 79명 구조 확인
나머지 생사불명에
부모들 피마르는 시간

 

안산 단원고 학부모 충격

“어제 아들한테 기상악화로 출항이 어려울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한숨도 못잤는데… 결국 이런 대형사고가 터지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학부모 최모(54)씨는 “오후 9시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이 ‘안개가 많이 끼어 배가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이들이 기상악화로 위험을 느낄 정도였는데 그냥 일정을 강행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고, 당시 선장은 물론 인솔교사들은 도대체 뭘하고 있던건지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당초 지난 15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여학생 150명, 남학생 175명) 325명과 교사 14명 등 총 339명은 오후 5시30분쯤 인천여객터미널 도착 후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 승선, 6시30분쯤 제주항으로 출발해 12시쯤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8시55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했다.

침몰 소식을 듣고 뒤늦게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전화연락이 닿지 않자 불안한 마음을 애써 추스리며 무사하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한때 ‘단원고 학생 구조완료’라는 경기도교육청 발표와 언론보도를 접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학부모들은 뒤이어 ‘잘못된 발표’였다는 소식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상태다.

한 학부모는 자녀와 연락이 닿지 않자 교무실 앞에서 오열하다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고, 또 다른 학부모는 딸에게서 무사하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으나 하혈증세와 함께 실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 김모(50·여)씨는 “기상악화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문자나 연락을 받은 학부모가 한두명이 아닌데 학교측에선 이렇다할 연락조차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세월호가 당초 예정된 여객선의 선장이 휴가를 떠나면서 급하게 변경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고를 키우는 등 예견된 인재였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에 안산 단원고 교장은 “최초 오전 10시15분쯤 여객선이 기울어 진다는 보고를 받고, 목포해양경찰서에 20분쯤 신고를 했다”며 “현장에서 학생들을 구조 하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원고는 이날 임시 휴교하고 교장실에 비상대책반을 만들어 현장 인솔교사들과 통화하면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희훈 교무부장은 오후 2시 30분 긴급 브리핑을 갖고 “구조인원은 학교에서 직접 연락이 되는 경우만 파악해 오후 2시 20분 현재 77명”이라고 발표했다가 이날 오후 5시 현재 79명이 구조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조된 학생은 ▲1반 19명 ▲2반 11명 ▲3반 8명 ▲4반 9명 ▲5반 9명 ▲6반 14명 ▲7반 3명 ▲8반 3명 ▲9반 2명 ▲10반 1명 등이고, 인솔교사는 14명 가운데 2명이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학생 325명 가운데 77명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인데다 2학년 4반 정차웅 군 등 4명이 숨지고 284명이 실종된 상태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충격에 빠졌다.

/안산=김준호·이상훈기자 lsh@

 

이상훈 기자 l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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