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교 학생 등 462명이 탄 여객선이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했다.
현장에서는 민·관·군·경이 헬기, 경비정, 민간 어선 등을 총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오후 9시 현재 174명이 구조되고 4명이 숨졌으며 284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대규모 참사가 우려된다.
■ “배 앞서 ‘쾅’ 소리 나더니 기울어”
16일 오전 8시 58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6천825t급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수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세월호는 배 앞 부분에서 ‘쾅’하는 충격음과 함께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완전히 뒤집힌 채 2시간여 만에 침몰했다.
이 배는 전날 오후 9시쯤 인천여객터미널을 출항해 제주로 향하는 길이었다.
여객선에는 3박4일 일정의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일반 승객 93명, 여행사 직원 1명, 승무원 29명 등 모두 462명이 탔으며 화물 3천600t, 자동차 150여대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중앙재난대책본부는 파악하고 있다.
오후 9시 현재 선사 여직원 박지영(22)씨와 단원고 2학년 정차웅 군 등 4명은 숨진 것으로 확인됐고, 소재와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인원은 284명이다.
구조된 이들은 진도 팽목항으로 이송돼 진도 실내체육관과 인근 병원 등으로 분산됐다.
■ 해군 해난구조대 수중 수색 나서
사고 현장에는 목포·군산·완도·제주·여수·부산·통영 등 해경 64척, 해군 구축함·호위함 등 23척, 유관기관 9척, 관공선 2척, 민간 8척 등 경비정과 어선 100여척이 동원돼 인명 수색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군 헬기 3대, 소방 3대, 해경 5대 등 11대의 헬기도 투입됐다.
오후 5시 기준 해군 특수부대 42명, 해양경찰 118명 투입돼 수중수색 중이지만 빠른 조류와 탁한 시야 탓에 수색에 어려움이 있다.
앞서 이날 오전에도 해군 특수부대 요원 11명이 1차로 입수했지만 시계가 좋지 않아 바로 물밖으로 나왔으며 2차로 입수한 9명도 조류 탓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안전행정부는 이날 오전 강병규 장관을 본부장으로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단원고 학부모 240여명도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학교 정문 앞에서 버스에 나눠타고 진도로 향했다.
■ 생존자들 “즉각 대피 안내했더라면…”
승객 유모(57)씨는 “‘쿵’ 소리가 나더니 배가 갑자기 기울었다”며 “선실 3층 아래는 식당, 매점, 오락실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유씨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는데 물이 차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며 “곧바로 대피 안내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구조된 한 학생은 “배 안이 물에 잠기는데도 방송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했다”며 “배가 기울면서 미끄러지거나 떨어져 허리와 다리를 다친 사람도 많았다”고 밝혔다.
선원 김모(61)씨는 “배가 갑자기 기울어 신속히 빠져나왔다”며 “빠져나오는데 바빠 다른 사람들이 구조됐는지 신경쓸 틈도,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다.
■ 커지는 대형 참사 우려
여객선 침몰사고 접수 후 10시간을 넘으면서 대형 참사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생존자 탐색 작업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선체에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고, 더욱이 사고가 난 지 이미 10시간 이상 지나 선박 내 고립 인원의 생존 가능성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사고 선박은 크루즈형이 아닌 페리호 구조여서 화물을 싣는 뒷부분으로 급격히 바닷물이 유입, 단시간에 침몰한 것으로 방재 당국이 추정했다.
방재 당국 관계자는 “선박이 빠르게 침몰해 내부에 있던 승객 다수가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고 해역의 수온이 14도 정도로 낮아 장시간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선체 인양을 위해 크레인 2대를 내일쯤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 해경, 사고 원인 규명 착수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날 오후 목포해경 소회의실에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이평연 총괄안전부장을 본부장으로 수사인력 30명을 투입해 세월호 선장 이모씨 등 선원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안전 규정·항로 준수 여부, 암초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승객들이 ‘쾅’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에 따라 다른 선박과 충돌 여부 등 다각도로 조사할 예정이다.
해경은 선원 조사와 별도로 선박에 파공 부위가 있는지 특공대원들을 해저에 투입,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낸 선장은 평소 이 항로를 운항하던 선장 휴무로 대신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호·김태호·조정훈·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