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 차례 ‘샘플 훈련’… 나머지는 ‘읽기용’
전문가 “재난대응분야 공직사회 전담 직렬 필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피해를 줄이려면 위기대응 매뉴얼만으로는 부족하며 매뉴얼 작동을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은 크게 3단계로 짜여 재난의 종류를 25종으로 나누고 재난마다 주관기관의 대응지침을 담은 표준매뉴얼을 하나씩 만들었다.
표준매뉴얼 아래 주관기관을 지원하는 기관의 역할을 담은 ‘실무매뉴얼’ 200여개가 있고, 가장 아래 단계인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은 무려 3천200여건에 달한다.
그러나 자치단체와 지방청 등의 역할을 제시한 3천200여개 매뉴얼은 각 공무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등 보완할 점이 투성이인 탓에 실제 위기 때 제대로 작동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더욱이 위기상황에서 매뉴얼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재난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지자체 담당자들이 이를 평소 훈련해 숙지해야 하지만, 매년 5월 1년에 한 차례 소방방재청의 ‘안전한국훈련’이 사실상 유일한 훈련인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 분야도 25개 재난에 대해 모두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개를 골라 ‘샘플 훈련’을 하는데 그치며, 나머지 재난 대부분에 대해선 ‘대부분 모여서 매뉴얼을 읽는 식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는 실국별 매뉴얼 점검으로 대체한다.
물론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월별훈련이 있는데 지자체별 참여율 편차가 크고 전체적인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또한 재난관리 전문성이 떨어지기는 중앙이나 지방이 다 마찬가지다.
선거로 단체장을 뽑고 지방재정이 취약한 현재 구조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이 들지만 사고가 나지 않을 때에는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재난관리에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역의 위험시설과 관리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시민들도 이에 관심을 가지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금숙 위기관리연구소장은 “재난 대응분야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공무원의 선호도 역시 떨어지기 때문에 공직사회에 전담 직렬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3년 전 발표한 방재안전 직렬 채용 약속을 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훈·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