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

2014.04.23 21:37:41 1면

안산 임시분향소

안산 임시분향소 눈물의 조문행렬 이어져
입구 게시판 손 편지 담긴 애절함에 ‘먹먹’
유가족이 남긴 사연에 추모객 눈물 ‘글썽’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어른들이 만든 잘못이 여러분의 희생을 일으킨 것이 너무 미안하고, 기도하는 것 이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추위와 어둠은 잊고 편히 잠들길…’

23일 오전 9시부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에는 고인들의 넋을 추모 하기위한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김모(수원시·28·여)씨는 “너무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 조문을 오게 됐다”며 “대형 스크린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니 더 맘이 찢어질듯 아프고, 어른으로써 앞으로 남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자신이 없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분향소 입구 양쪽에 고인들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마련된 ‘친구에게 한마디’라는 게시판 앞에서 고인이 된 선배에게 손 편지를 쓰던 단원고 1학년 한 학생은 “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동안 선배들이 잘 챙겨줘서 정말 감사하다. 잘 해주지도 못하고,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정말 죄송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맘 편히 푹 쉬시길 바란다. 많이 보고 싶다’는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가족 J씨도 손 편지를 통해 ‘차가운 물속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전화도 문자도 안받고, 엄마랑 아빠랑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친구를 구하느라 그랬다니 너무 대견스러워 그동안 언니 고집 받아주느라 너무 수고했어. 덕분에 18년 동안 내 인생이 행복 했어. 하늘에서 꼭 행복해야해 사랑해 내 동생.’이란 편지를 남겨 이를 보는 추모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특히 남양주 도농중학교 교사 1명을 비롯해 1학년 119명과 2학년 131명, 3학년 32명이 색종이 뒷면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들에게 보내는 위로 편지 283통을 보내와 벽에 붙은 이들의 손 편지가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아이들이 보내온 손 편지를 분향소 벽면에 부착하던 L씨는 “지난 21일쯤 학교측에 위로 편지를 부탁했더니 학생들이 이렇게 정성껏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줬다”며 “학생들의 이 같은 마음이 먼저 세상을 떠난 학생들에게 꼭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에는 지난 22일까지 장례절차를 마친 학생과 교사 22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돼 있으며 이날 장례식을 치르는 25명의 영정과 위패도 추후 안치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임시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수는 오후 5시 기준 5천6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안산=김준호·이상훈기자 lsh@
이상훈 기자 l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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