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악몽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벌건 대낮에 경기도시공사가 관리·감독하는 도심 한복판의 하천이 눈 깜짝 할 사이 불어나 산책로를 덮치면서 시민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더욱이 이날 사고가 원천저수지 제방의 수위조정장치 오작동으로 인해 10만여t의 물이 갑자기 방출돼 발생한 사실상의 ‘인재(人災)’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1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수원시, 경기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2분쯤 수원 원천동 455 일대 원천리천에서 갑작스런 범람으로 산책 및 자전거를 타던 시민 10여명이 휩쓸리고, 고립됐다는 신고가 경찰 112에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신고 즉시 출동에 나서 15분쯤 후인 오후 12시 7분쯤 삼성전자 중문 인근 하천산책로에서 고립돼 있던 성인 남성 1명(신고자)을 구조하고, 긴급 수색에 나섰다.
이후 추가 구조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불어난 물에 쓸려간 것으로 알려진 주민 몇몇도 이내 하천이 잠잠해지면서 스스로 걸어 나온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원인이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농어촌공사와 경기도시공사간 협의를 거쳐 원천저수지의 수문 개방 과정에서 자동 가동보의 오작동 발생으로 20여분간 하천수 10만t 가량이 방류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한 관리·감독이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평소 하폭이 8m, 깊이가 0.5m이던 하천이 한때 하폭 20m, 깊이 1m까지 불어나 급류가 산책로를 덮쳤지만 현장에서는 사전에 어떤 경고방송이나 통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안전불감증으로 또 한 번의 대형인재가 발생할 뻔 했다는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시민 김모(36·여)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하철사고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가뜩이나 불안한데 백주대낮에 하천이 범람해 산책하던 시민이 고립되는 사고가 말이 되느냐”며 “노인과 아이들이 산책하고 뛰어노는 시간대에 사고가 터져 혹시라도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건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농어촌공사에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협의가 들어온 건 맞지만 이번 사고와 무관한 일”이라며 “원천저수지 가동보 기계실내 에어 컴푸레셔 오작동으로 저류수가 일부 월류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