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필립모리스, BAT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첫 재판이 지난 12일 열려 양측 대리인 모두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박형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첫 변론기일에서 건보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중독성·유해성이 모두 검증된 담배를 기호품이라 주장하며 진실을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며 “담배는 69종의 발암물질과 4천여종의 화학물질을 포함하는데도 담배회사들은 유해성을 추상적이고 불분명하게 경고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단 담배를 피우다가 후두암과 폐암에 걸린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료 상당액을 청구했다”며 “향후 담배 자체의 결함이나 제조사의 불법행위를 근거로 청구액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담배회사들은 건보공단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담배회사들은 “건보공단이 직접 손해를 봤다고 배상을 청구했는데, 불가능한 소송으로 법률상 자연인인 보험 가입자의 손해에 대해 대신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개별 보험 가입자가 담배 때문에 손해를 봤는지는 또 다른 문제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암에도 걸리지 않았다는 가정적 전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어 “건보공단이 금연운동 차원의 소송을 낸 것에 불과하다”며 “말이 민사소송이지만, 담배가 기호품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 같은 소송”이라고 꼬집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정부가 최근 담배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금연을 권장하는 것은 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7일 오후 2시 다음 재판을 연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