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까말, 개쩔, 어장, 삼김, 명존쎄, 인존쎄, 혐짤, 희골혜, 사고딩…’
올해 초 서울의 한 명문 S대학교에 입학한 C(18·여)양과 같은 과 친구들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주고받은 대화내용에 속 알 수 없는 신조어 들이다.
이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한 언어 파괴 현상이 이젠 그 정도가 심각해져 청소년들 뿐 아니라 점차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까지 이해 못 하는 욕설, 은어, 비속어 등의 상스러운 용어를 마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마치 유행처럼 사용하는 신조어 등은 문법상 잘못된 표현이나 틀린 맞춤법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어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C양은 “말이 찰져지고 감정표현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우월감이나 안쓰면 왕따 당할 것 같아 쓰는 건 아니지만 이미 중·고등학교때부터 쓰다보니 습관돼 있고, 무엇보다 쉽고 편하니깐 나도 모르게 그냥 쓰게 된다”며 “특히 자주 접하는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에 올라오는 글이나 댓글에도 대부분 맞춤법에 연연하지 않고 쓰여 있어 익숙해져서 그런가 친구들끼리 대화할 때도 자연스럽다”며 자신들만의 언어인듯 자랑스럽게 말했다.
9일은 훈민정음 반포 568돌인 한글날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선양하며 세종의 성덕과 그 위업을 추모, 한글의 연구·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날이지만 이같이 청소년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비속어와 축약어 등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어 한글에 대한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 들어선 대형 빌딩에 설치된 간판 등에도 대부분 외래어가 쓰여 있고, 순수 우리말이 사용된 경우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어 한글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실제 수원 인계동의 한 대형 빌딩에 들어선 80여 곳에 달하는 점포 중 순수 우리말로 상호를 사용한 곳은 고작 8곳 뿐이었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솔까말’ 등의 줄임말을 사용하면서 청소년들만의 정체성이나 유대감 등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오히려 단순화 시키면서 언어를 통한 사고나 의사, 언어가 주는 상상력까지 사라질 것이고, 언어의 혼란까지 초래할 수 있어 부정적인 면들이 더 많다”며 “외래어를 사용하는 간판 또한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