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의 대학과 기업 등이 행정의 근간이 되는 ‘주민등록법’을 무더기로 위반, 최소 수십만의 지식인과 선량한 시민들의 ‘유령인’ 양산은 단지 그들만의 책임일까?
그러나 ‘개인의 편리’와 ‘납세의무 위반’의 사회적 일반화라는 추악한 이면에는 수수방관과 복지부동이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질적인 적폐가 단단히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17일 경기도는 물론 수원시와 용인시 등 도내 지자체의 담당부서는 유례없이 분주했다.
행정당국은 법적으로 전입신고는 의무지만 자진신고라며 책임회피에 급급해 소극적이던 모습에서 관내 기숙사와 합숙소 등의 파악과 기업·대학 등에 대한 공문 작성에 본격 돌입했다.
안전행정부와 도 관계자는 “지자체별 주민등록 일제정리 기간 전입신고 미실시를 중점 점검, 대대적인 홍보와 사실조사 강화 등에 나설 것”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원시도 관내 대학과 대규모 사업체에 ‘기숙사 이용 인원에 대해 즉각 주민등록 실태조사’를 공식 요청했고, 용인시 역시 삼성전자 등에 같은 조치를 내리는 등 본격적인 행정조치에 착수했다.
일부 시군에서는 신고의무자인 대학이나 기업은 물론 전입신고 대상 개인들에 대한 과태료 부과 검토 등 구체적인 행정조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대대적인 점검과 전입신고 강제에 나서면서 법적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던 일부 지역은 ‘인구 감소’ 등의 비상까지 걸린 상태다.
당장 1년 6개월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해 선거구 조정도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28개 골프장, 10여 곳의 대학 등 200여개의 기업과 대학 등이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용인의 경우 전입신고 강제가 현실화되면, 5만명 안팎이 새롭게 주민으로 일시에 등록되는 경우도 예상된다.
이 경우 현재 98만명인 용인시가 순식간에 100만명이 넘는 것은 물론 현재 3명인 지역구 국회의원 의 석수도 최대 2석 증가 등 수원, 고양, 성남 등 ‘100만 클럽’ 도시들의 변화와 상대적으로 일부 지역의 급격한 축소 등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자동차세 등 각종 지방세수의 전국적인 변화와 함께 각종 교부금과 국비 등 중앙정부의 예산 수립·집행, 복지비와 의료비, 치안, 소방 등 각종 행정과 관련한 조직 개편 등까지 뒤따를 경우 ‘지방행정체제 개편’ 등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주민등록법에 따른 전입신고가 법적인 의무인 것을 뻔히 알면서 선거의 ‘표’를 의식한 단체장과 일만들기 싫어하는 일부 공직자들로 인해 현재의 사태가 빚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주민들의 삶과 직접 연관된 복지와 치안, 소방, 행정 등의 허수 제거와 실제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따른 전입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