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AI까지 ‘설상가상’

2014.12.28 20:10:39 19면

성남 모란시장 상인들 ‘죽을상’
“소독 열심히 했는데 농장에서 병든 닭 보내면 어쩌란 말이냐” 탄식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안그래도 손님이 줄었는데 설상가상으로 AI까지 터져 영업은 꿈도 못꾸는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죠.”

28일 오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인 AI(H5N8형)가 확인된 전국 최대 규모 5일장 모란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의 탄식이다.

장날은 아니더라도 일요일의 경우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지만 이날은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아 보일 지경이었다.

이곳에서 AI가 발생하자 경기도 등 축산 방역당국은 시장 안에 있던 가금류 630여마리 등 가금류 판매소 18곳에 있던 토종닭과 칠면조, 오골계 등 3천202마리를 26∼27일 살처분했다.

시장 입구에 일렬로 늘어선 닭집, 건강원 등에서 내놓은 닭장은 텅 비어 있었고, 가게 주인들도 모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저잣거리를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모란시장 내 가류 판매 상인들은 성남이나 인근 광주 등지에 사육장이 없어 충청도, 전라도 등지에서 중간 도매업자를 통해 닭 등을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는데 AI에 전염된 채 시장으로 들어오면 상인들은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다.

김용북(60) 모란가축상인회장은 “작년부터 AI가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하다 보니 시장에서 소독을 철저히 하면서 조심했는데 도매상과 농장에서 병든 닭을 시장으로 보내면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언성을 키웠다.

또다른 상인은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시장 상인들 정말 죽게 생겼다”며 “당국이 AI에 걸린 닭이 어느 농장에서 시장으로 유입됐고 어디로 팔려나갔는지 명확히 밝혀 시장이 발병 근거지로 오해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모란시장에서 AI가 발생한 것이 알려지면서 가금류 판매상은 물론 시장 전체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30년이 넘게 모란시장을 지켜온 70대 상인은 “ 29일은 올해 마지막 장날인데 시장에서 파는 닭에 병까지 들어 못 판다고 하니 이런 시장에 누가 오고 싶겠냐”며 “AI 때문에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다른 상인들에게까지 여파가 미쳐 힘들다”고 푸념했다.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와 성남시 보건소 직원들은 26∼27일에 이어 28일에도 오후 1시쯤 소독차를 동원해 모란시장 구석구석과 주변 도로를 소독했다.

/이상훈기자 lsh@
이상훈 기자 l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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