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기름값 인하대책 중 하나로 추진했던 알뜰주유소가 무색케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초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100원 정도 저렴하게 기름을 공급할 것이라 홍보했지만 정작 일반 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주유소까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은 물론 ‘알뜰주유소 무용론’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기존 정유기업들의 독과점 구조에 새로운 경쟁자를 만들어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내려보겠다고 지난 2011년 12월 용인에 알뜰주유소 1호점을 오픈했다.
이후 알뜰주유소는 매월 30~40개씩 꾸준히 늘면서 지난 2012년 말 844개, 2013년 4월 900개,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문을 연 알뜰주유소는 1천31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부가 당초 일반 주유소 보다 리터당 60~100원 가량 싼 가격으로 저렴하게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정책과 달리 현재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가 기름값이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곳도 계속해서 늘고 있어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난은 물론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용인에 위치한 H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천488원으로 인근 일반 주유소 4곳과 동일했으며 D주유소의 경우 1천487원으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정모(36)씨는 “이젠 일반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다”며 “일반 주유소보다 60~100원 저렴한 알뜰주유소는 없다. 말로만 알뜰주유소지 이젠 전혀 알뜰하지 않다”고 말했다.
용인의 한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주변 주유소들과 기름값이 비슷하거나 더 싼 곳도 생겨나는 건 사실”이라며 “그 영향으로 매출이 10% 이상 줄었지만 더 가격을 낮추기란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60~100원 가량 싼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알뜰주유소를 도입한 건 맞지만 현재 전국 평균가 보다 리터당 45원 정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며 “만약 알뜰주유소가 없었다면 국제 유가 하락에도 기존 정유기업들은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