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정원 직원이 최근 정국을 흔들고 있는 국정원의 해킹 관련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예상된다.▶▶관련기사 3·19면
19일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지난 18일 낮 12시쯤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에서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임씨가 탑승했던 차량 내에는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이는 각각 가족, 부모, 직장에 보내는 내용으로 확인됐다.
임씨의 유가족들은 같은날 오전 10시4분쯤 “(임씨가) 출근한다며 오전 5시 밖으로 나간 뒤 오전 8시부터 10여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관할 소방서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수색을 벌이던 중 낮 12시2분쯤 임씨 집에서 대략 13㎞ 가량 떨어진 야산 중턱에서 숨진 임씨를 발견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0여분간 강원도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된 임씨에 대한 부검에서는 “전형적인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된다”는 부검의 소견이 나왔다.
부검에 입회한 경찰 관계자는 “임씨 목에서 그을음이 발견됐으며 일산화탄소 수치가 75%가 나왔다”며 “보통 흡연자가 3~4%, 비흡연자가 1%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임씨의 사망 전 동선 등에 대한 조사에서 별다른 의문점이 나오지 않으면 임씨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임씨 유족들은 시신에 대한 인계 절차가 끝나는대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또한 임씨가 직장에 남긴 유서 3장 중 1장은 국정원장, 차장, 국장에게 적은 유서로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하다”며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밝히면서 중간중간 글을 수정한 흔적이 역력했다.
또 가족에게 남긴 나머지 2장의 유서에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유족들은 이에 대한 공개는 거부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헌신적으로 일하던 직원이 희생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최근 국정원은 이탈리아에서 휴대전화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과 관련, 야당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용인=최영재·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