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털과 개털

2004.01.26 00:00:00

교도소 은어(隱語) 중 범털과 개털이라는 말이 있다. 범털이란 돈이 많거나 수감 경험이 많은 베테랑(?) 수감자를 일컫는 말이고, 개털이란 사식(私食)은커녕 한 겨울에 수의 속에 입을 내복조차 넣어주는 사람이 없는 말그대로 개털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 교도소 내에서 범털로 분류되는 부류는 경제사범이나 조직폭력범 등이었다. 경제사범은 통상 돈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폭력범은 그 잔인한 폭력성으로 인해 수감자들 사이에서 나름의 대접을 받아왔던 축들이다.
그런데 최근엔 범털의 부류가 바뀌고 있는 추세다. 왠만한 규모의 경제사범이나 폭력범 가운데 보스급이 아니면 감히 범털흉내조차 내기 힘들게 됐다. 그들보다 힘이 센 범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도소에 거물급 정치인, 기업인, 고위공무원 등 특별한 수감자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범털은 현역 국회의원 8명을 포함해 30여명에 달한다. 정대철 의원 등과 박지원·권노갑·서정우씨 같은 거물급 정치인이 그들이다. 거기에 손영래 전 국세청장,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전직 고위공무원들과 안희정, 최도술씨 등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 그리고 손길승 SK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빼놓을 수 없는 범털들이다. 이들은 소위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격리 수용이 필요한 수감자’로 분류돼 대개 독방을 쓰고 있는데 덕분에 늘 여유가 있던 서울구치소 독방 3백여개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범털들이 늘어남에 따라 구치소 주변의 주차장 풍경도 바뀌어 주말이면 ‘고급차 전시장’이 될 정도다. 저마다 교도소의 쓴맛을 보고 나온 범털들이 다음을(?) 위해 전격 담합 교도소의 호텔화를 주창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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