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한 번 더 죽이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파요.“
오는 20∼21일 이전을 앞두고 자녀들이 남긴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11일 단원고 2학년 ‘기억교실(존치교실)’을 찾은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기억교실은 아이들의 체온이 스민 책상과 의자, 사물함 등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 듯 2년여 전 모습 그대로였다.
책상 위 등 곳곳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시지와 꽃다발 등이 쌓여 있는 교실에 들어선 유가족들은 자녀의 책상 위에 놓인 사진액자와 추모 글을 정리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2반 교실을 가장 먼저 찾은 고(故) 김수정 양의 어머니는 책상 위에 놓인 딸의 사진이 담긴 액자, 음료수, 과자, 꽃다발을 보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렇게 살려달라고 불렀을 텐데…”라며 통곡했다.
이날 정리작업은 유가족들이 책상 위에 놓인 유품을 충격 완화용 ‘뽁뽁이’(에어캡)로 잘 감싼 뒤 자녀 이름이 적힌 보존상자(530X340X300㎜)에 옮겨 담는 식으로 진행됐다.
추모 메모들을 뽁뽁이로 포장하던 고 남지현 양의 아머니는 “그동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버텼는데 우리 아이 한 번 더 죽이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며 유품 정리에 나선 심경을 전했다.
이날 유품 정리작업은 2반과 8반 2개 반에서 이뤄졌다.
유가족 유품 정리작업은 13일까지 반별로 정해진 날짜에 진행된다.
김종천 사무국장은 “옮겨진 유품들이 상자 안에서 다른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 영향을 덜 받도록 제작된 기록관리용 상자를 유품 보존 상자로 준비했다”며 “오늘부터 사흘간 유가족 유품 정리 일정을 짰는데 일찍 와서 정리하신 분도 있고 13일까지 편한 시간에 오셔서 정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산=김준호기자 j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