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를 점령하라는 지시를 받은 야전 사령관이 상황을 보고하면 참모들이 동의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상황이 천차만별인데 원래 계획대로만 동일한 의견으로 고지에 오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제 정책 투톱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해묵은 갈등설 논란이 또 불거진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고지론’에 빗대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상황을 두고 “고지에 오르다 절벽을 만나니 김 부총리는 속도 조절을 건의하는 것이고 장 실장은 진도가 너무 처지지 않게 서둘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인식은 하나의 목표를 두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이견 조율 과정이 지나치게 갈등으로 부각돼 경제 정책 전체의 ‘판’을 흔들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의 의견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한 것은 ‘갈등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의견 차이가 조율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같은 고지에 오르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방법에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맞춰가면서 더욱 돈독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모두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오르려 하는 ‘고지’는 같은 만큼 얼마든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