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된 리벤지 포르노… “잘못된 용어” 논란

2018.10.09 19:56:41 19면

‘구하라 동영상’ 계기 널리 사용
‘피해자 복수당할만 해’ 뉘앙스
남성 가해자 중심의 영어 표현

‘구하라 동영상’을 계기로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라는 말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널리 회자되면서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7) 씨는 지난달 말 전 남자친구인 유명 헤어디자이너 A 씨를 강요·협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구 씨는 쌍방폭행이 일어난 지난달 13일 A 씨가 과거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적인 영상을 전송하면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고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이 주요 검색어로 떠올랐고, 언론 기사에도 등장하는 등 급속히 퍼졌다.

최근 TV 대담 프로그램에서도 평소에는 사실상 금기시되는 포르노라는 말이 단지 ‘리벤지’라는 말과 결합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리벤지 포르노 범들 강력 징역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

리벤지 포르노는 사귀던 연인과 헤어진 뒤 이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목적으로 두 사람의 은밀한 영상이나 사진을 인터넷 혹은 SNS에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이 가해자 중심의 영어표현이라고 지적한다.

리벤지라는 말 자체에 피해자가 복수를 당할 만한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뉘앙스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 표현 자체가 ‘남성의 언어’라는 지적도 있다.

포르노라는 표현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끼리 촬영한 영상물을 마치 불특정 다수를 위해 찍은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성 피해자에게 “그런 걸 왜 찍었느냐”, “거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쏠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윤덕경 박사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가해자 중심적이라는 지적은 계속 제기돼 왔다”며 “리벤지 포르노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박건기자 90virus@
박건 기자 90viru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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