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첨예한 시각과 밀도 높은 문장을 갖춘 작가로 젊은 작가상을 받으며 오늘의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천희란 작가가 소설 ‘자동 피아노’를 출간했다.
‘자동 피아노’는 자기 자신에 갇힌 인물의 끝없이 분열하는 목소리가 죽음을 음악처럼 연주하는 작품으로, 죽음에 대한 욕망과 충동, 그리고 이에 맞서는 삶에 대한 열망을 집요하게 그려냈다.
책의 첫 장을 열면 ‘나는 지금 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지 설득하려는 게 아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처럼 소설은 독자를 결코 설득하려 들지 않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죽음의 연주를 끈질기게 들려준다.
각 장 제목에 실린 피아노곡은 소설에서 그려내는 죽음의 이미지와 다채롭게 결합해 독자들에게 죽음과 삶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사유를 제공한다.
또한 죽음을 생각하는 소설 속 ‘나’의 고민은 단순하지도, 명백한 답을 갖고 있지도 않다.
이에 ‘나’는 홀로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화자는 ‘죽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럼으로써 죽음을 망설이는 자기 자신을 깨닫는다.
따라서 끝없이 죽음을 노래하면서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직조된 이 작품은 작가의 고백과 더불어 새삼 뭉클하게 읽힌다.
죽음을 반복적으로 소환하면서도 그 안에 꽉 찬 삶의 의지를 드러내 보이는 것도, 또 죽고 싶다고 말하는 화자가 살아내기를 바라게 만드는 것도 이 작품이 지닌 강렬한 역설의 힘이다.
죽음과 고통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연주처럼 물 흐르듯 탁월하게 그려낸 이 작품을 통해 누군가는 벼랑 끝에 선 타인을 이해하는 기회를, 또 누군가는 자신을 잡아주는 마지막 손을 발견할 것이다.
천 작가는 책을 통해 용기를 낸 유일한 한 마디인 “당신이 살아 있기를 바란다”를 전하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