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탈북민은 북한이 고향인 우리 이웃이다

2020.08.06 06:00:00 16면

 

3년 전 탈북한 젊은 청년이 강화도 인근에서 황해도 개성으로 돌아갔다. 이에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상회의를 소집해 코로나19 북한내 유입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개성지역을 전면 봉쇄하고 북한 전역에 비상방역체제를 최대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북한이 탈북민의 월북 사실을 보도한 것은 특이하며, 북한군 경계 소홀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과 국제사회에 공개한 것은 취약한 보건의료수준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북한만이 청정국가처럼 확진 자가 없다고 선전하기 어려운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일부가 민간단체가 신청한 대북 위생방역물자 반출신청을 승인하였다. 앞으로 민간의 협력이 당국간 협력으로 이어져 비정치적이고 인도적인 남북 공동방역 협력을 계기로 교착된 남북관계 상황이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개성 입북 탈북민 사건을 계기로 탈북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자세를 살펴보고자 한다. 탈북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북한이 고향인 우리의 이웃이다. 어투만을 놓고 보면 강원도 고성지역 분들의 말투와 거의 차이가 없다. 국적이 중국인 조선족 동포들과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탈북민이라고 알려지는 순간 탈북민은 이웃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우리에게는 있다. 자유 대한민국에 오기까지 사선을 넘어온 불굴의 의지에 대한 감탄과 북한내 생활과 탈북과정의 온갖 고난을 헤쳐온데 대한 연민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다른 환경에서 온 이방인에 대한 어색함과 과거 반공프레임에 영향을 받아 친북용공에 연루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탈북민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탈북민 정착지원시설 건립에 지역주민들이 소극적이고 심지어 반대하는 이유는 탈북민이 거주하거나 방문이 빈번하면 집값이 떨어지고 지역사회 분위기가 이상해 진다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탈북민을 우리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입장은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나의 가족 구성원 또는 직장 동료로 받아 들이는 데는 주저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물론 3만여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탈북했을 때의 정신자세와 의지를 가지고 자유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아 성공하면 되지 않느냐하는 시각도 있다. 조선족 동포들과는 달리 탈북민들은 국가로부터 임대주택과 생활지원 등을 받고 있어 조선족 동포들과 비교해서 정착 여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탈북민들이 우리사회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조선족 동포들은 개방된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시장경제에 익숙해 있다. 반면 탈북민들은 비록 장마당이 있다고 하지만 계획경제에 익숙해서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우리 일상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탈북민 중 일부는 우리사회에 발 빠르게 적응해서 생활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극히 소수이다.

 

낯선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본인 의지도 중요하지만 의지로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런 어려운 부분을 극복하고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탈북민이 생활하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지방자치단체, 경찰, 노동부 등에서 지원하는 정부차원의 정착지원시스템과는 별개로 지역사회에서 탈북민을 북한이 고향인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 하겠다.

 

탈북민들이 자신들을 살갑게 대해주는 이웃이 있고 자신들도 이방인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때 탈북민들의 일탈사례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이와함께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은 한반도 평화시대를 함께 살아갈 남북한 주민간 통합을 준비하고 실천하는 것이며, 국제화시대에 국가 발전에 필요한 우리 사회 다문화 역량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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