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이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후 소방력 강화·처우 개선 등 상황이 많이 나아졌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형태만 국가직일 뿐 실상은 지방직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국가직 ‘소방공무원’, 소방사무는 ‘지방사무’?
전국의 모든 소방력이 총동원됐던 작년 4월 고성 산불과 올해 대구 코로나 대유행 등 복잡화·대형화되고 있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사무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어 소방사무는 더 이상 지방사무가 아닌 국가사무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지방자치학회의 ‘국가·지방간 소방사무의 합리적 분담 및 재원 확보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지방사무는 28~40건에 그친 반면, 국가사무는 8건에서 최대 66건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방자치법 제9조’는 지역의 화재 예방·경계·진압·조사 및 구조·구급을 ‘지방소방에 관한 사무’로 규정하고 있어 소방사무를 지방사무로 국한시키고 있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 그리고 지역 간 소방서비스 편차를 줄이기 위해 소방사무는 국가사무로 다뤄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인 것이다.
◇ 소방사무는 지방사무니까…재정권·인사권도 지자체에?
법적으로도 지방직에 머물고 있는 데다가 재정권과 인사권 또한 여전히 각 지자체장들이 거머쥐고 있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방공무원 인건비는 모든 지역에서 소방안전교부세 25%와 시·도 일반회계 전입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권마저도 지자체장에게 있어 효율적으로 소방력을 운용하는 데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재난 발생 추이를 고려하면 소방당국의 유기적인 인사 이동이 이뤄져야 하지만 인사권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방 장비구입 등에 필요한 예산은 지자체에서, 소방안전교부세는 행정안전부에서 승인·교부하고 있다 보니 산간·해안·도시 등 지역적 특성에 맞게 장비를 구입하려고 해도 소방청 임의로 결정할 수 없어 성공적·효과적인 재난 대응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지역마다 다른 소방관들의 처우와 인력·장비의 격차를 해소하고, 전국 각 지역의 소방 안전 서비스를 골고루 향상시키기 위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전환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국가와 지자체가 재정권을 나눠가지고 있고 인사권은 지자체장이 갖고있어 소방공무원들은 두 집단 모두의 눈치를 보며 행정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소방공무원들이 사실상 “‘반국가직공무원’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고, 소방공무원들의 정체성 혼란 및 사기 저하로 온전한 소방력 발휘에 장애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 소방공무원 A씨는 “여러 부분에서 봐도 국가직으로 전환된 걸 체감한 적 없다”며 “공무원증에 ○○도 소속이라고 적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게 지방직이지, 국가직이냐”고 말했다.
다른 소방공무원 B씨도 “현재 소방공무원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며 “조직의 확대 그리고 몸짓만 커지는 소방청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직 규모의 공정한 평가를 해 달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