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극장을 미리 그려보다, '메타 퍼포먼스: 미래 극장'

2020.10.28 09:58:02 10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신개념 체험형 공연 예정
다음달 6일, 7일 24시간 공연 스탠바이
온오프라인 관객 동시 참여... 게임 형식 공연의 주인공은 관객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명확한 경계가 없다. 현재를 살면서 순간순간 과거를 기록한다. 미래로 남겨둔 시간 역시 찰나다. 그 시간 속에서 변화는 끊임없이 지속된다.

 

공연도 마찬가지. 이번 팬데믹 상황 속 공연예술계는 생존의 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과거’가 되는 현재의 공연예술계는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에게 접근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탄생한 ‘미래극장’이 문화예술계 전체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연’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이색 공연이 다음달 6일과 7일 양일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과 야외극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이라는 타이틀로 관객을 맞을 이번 공연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내놓은 체험형 공연이다. 


전에 없던 공연인 만큼 여러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고민을 같이 하고, 수개 월의 노력 끝에 관객에게 선보이는 결과물이다. 


원일 예술감독은 “예술 표현에 있어 현대 기술과 미디어가 적용돼야 하는 시대”라며 “거기에 팬데믹 이후 공연예술이 크게 타격을 입어 정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해져 새로운 방식의 공연을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원 감독은 이번 공연이 그가 이끌고 있는 악단은 물론, 공연예술계에 매우 중요한 공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대 위에 공연단이 오르고 객석에 관람객이 앉아 수동적으로 그들의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기존의 것들을 떠올린다면 ‘미래극장’은 ‘미래’라는 키워드를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은 매우 생소하고 독특한 형식의 이번 공연에 대해 적극 연출가는 “대면과 비대면 지점에서 공연예술이 극장을 중심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시나위오케스트라 같은 곳에서 극장을 다루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 기술적 부분을 공연에 접목할 전문가 권병준, 손호준 작가에게 제안해 만들어지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 공연의 주인공은 철저히 관객이다. 관객이 무대와 무대 위 퍼포먼스를 모두 선택한다. 


우선 극장은 4계절을 의미하는 4개 공간으로 나뉘고 12번의 공연이 24시간을 채운다. 각 공연 시간은 우리의 12간지로 표현된다. 


공연장을 찾는 현장 관객은 체험자(5명)와 그들을 따라다니며 각 공간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지켜볼 관람객(20명)으로 나뉜다. 그리고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시나위오케스트라 채널에 접속한 무료 관람객 불특정 다수가 있다. 


이들은 모두 ‘미래극장’의 관객이며 공연을 끌어가는 주체이기도 하다. 


웨어러블을 착용하고 4개 공연장을 돌며 다른 관객들의 눈이 돼 줄 체험자는 게임의 아바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을 현장에서 직접 공연을 마주하지만 극장을 선택하거나 노래와 춤, 연주 등에 대한 선택권은 없다.

 

체험자를 움직일 수 있는 건 그들의 카메라에 실시간으로 담기는 영상을 지켜보는 현장 밖 온라인 관객들이다.

 

총 12개의 질문과 온라인 관객이 선택한 답으로 무대와 공연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이러한 과정으로 공연을 만들어가고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봄에서 가을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공간을 이동하게 될 수도 있고, 춤을 보다가 갑자기 시나위 단원의 즉흥 연주가 펼쳐지기도 한다. 


6개 팀으로 나눠 공연을 진행할 공연팀도 어느 상황에 그들이 준비한 작품을 선보일지 알 수 없다. 

 


이번 공연은 그만큼 즉흥적이다. 계속되는 우연에서 AI 음악과 공연단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공연에 게임 방식을 적용한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작가는 “비대면 공연을 고민하면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을 고민했다”며 “온오프라인 영역 모두의 갈증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둘을 모두 참여시키는 공연을 기획했다. 온라인 위주의 비대면 공연과 확연히 다른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는 억지스럽거나 굉장히 일차원적이었다”면서 “이 공연은 관객 각자의 역할에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미래에는 절대 일방적으로 공연을 전달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 음악을 다루는 시나위오케스트라에서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지영 기자 ]

박지영 기자 kamsa5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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