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미 대선 결과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과 기대

2020.11.04 06:00:00 13면

북한에게 있어 미대선의 결과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기를 북한은 내심 기대하고 있겠지만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00년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 있었던 북미관계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당시 조명록 북한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특사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해서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면담하고 체제 존중과 적대관계 청산 등 북미관계 정상화를 내용으로 하는 ‘북미공동커뮤니케’가 발표되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역사적인 미북간 평양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였으나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부시대통령에게 패함에 따라 평양 방문을 포기하였다. 북한에게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압박국면 전환의 호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11.3 미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2000년 상황이 데자뷔처럼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사회주의 강국의 마지막인 경제강국 실현차원에서 당면한 국제사회 제재 해소를 위해 남북관계와 궁극적인 미북관계 변화를 모색해 왔다. 특히, 2018년 6월 싱가폴에서의 미북회담이후 미 공화당의 전통적인 압박입장에서 벗어나 ‘탑다운’방식으로 과감하게 접근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공을 들여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 확진 직후 위로 전문 등 2018년 이후 20여차례가 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친서 교환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이후 65년만에 역사적으로 미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북한 논리구조에 따라 체결된 싱가폴회담 합의문은 북한에게는 승리와 다름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체제안전과 제재해제 등 받는 데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비핵화 등 주는 데는 너무 인색한 입장을 유지한 결과 미북간 협상은 교착국면에 들어섰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에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전염병과 수해와 태풍이라는 재난이 겹쳐 북한은 현재 3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통해 북한의 민심을 다독이면서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전략노선을 토대로 국가발전5개년계획을 제시하면서 희망찬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우선 내부적으로 ‘80일 전투’를 통해 바이루스 방역 강화와 수해 완전 복구, 가을 걷이와 경제 인프라 정비 등 ‘생명안전’과 ‘생활안정’을 내걸고 북한주민들의 자력갱생의 노력과 자립경제를 향한 성과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체 노력만으로 피폐해진 북한 경제를 살리기 어렵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제재 틀을 변화시켜야만 가능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10월 미북협상 결렬이후 지난 1년동안 미 대선이후 재선 부담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과 재차 담판을 하고자 기다려 왔을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2000년 북미관계의 ‘급전직하’라는 데자뷔 우려와 함께 바이든 후보를 어떻게 ‘회담 탁자’로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다. 아무쪼록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의 대결적이고 닫힌 틀에서 벗어나 우리 및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함께 번영하는 길로 나아가는 미래지향적이고 열린 선택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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