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북한의 제8차 당대회와 희망적 사고

2020.11.23 06:00:00 13면

 

북한이 지난 8월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를 결정한 이후 갖가지 예측적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미 대선 TV토론과정에서 김정은을 ‘불량배thug’라고 호칭한 바이든의 당선은 북한의 속셈 분석을 하는데 있어 또 하나의 변수를 더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은 북한이 당대회를 결정하면서 “계획되었던 극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하여 새로운 국가경제 5개년 계획을 제시하였다”고 공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노동신문은 연일 “5개년 전략목표, 연간계획완수단위들이 늘어난다”고 선전 중이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천명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8차 당대회 결정의 중요한 원인으로, 경제발전의 후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내용과 그 목표 달성 수단의 공개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면서 ‘사회주의책임관리제’를 유지하되 중앙의 개입을 일부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주의책임관리제’란 생산 계획 수립, 생산성 제고, 제품 개발, 재정관리 및 판매에 대한 각 기업소의 권한을 확대한 제도이다.

 

김정일 시대에 처음 도입되어 한 때 북한 경제가 시장자본주의 요소를 반영하여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지표로 해석되었으나, 체제우선을 강조하는 김씨체제보위기관들의 ‘체제위협론’에 밀려 어설프게 시행 중인 제도이다. 또 다른 혹자는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트럼프와의 하노이 회담 실패이후 실행 중인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지속할 것으로 보면서, 김정은이 열병식 연설에서 ‘자력갱생’의 원칙과 투쟁구호인 ‘정면돌파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음 점에 주목한다.

 

‘혁신과 발전’이란 단어사용을 긍정평가하면서 자력갱생정책 보완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차 5개년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5개년 계획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전략’을 ‘계획’으로 바꾼 것은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한 까닭이며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할 새로운 계획은 전략 구호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담은 계획될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이런 전망들의 공통점은 다분히 우리의 시각에서 우리의 기대를 반영한 전망과 예측이 많다는 점이다, 이른 바 ‘희망적 사고’이다. 이 희망적 사고는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현 정부의 남북관계 수순은 희망적 사고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애써 외면하고 ‘재임 중 남북관계에서의 치적을 쌓겠다’는 실적주의에 얽매여 우리의 희망적 방향으로만 해석하고 행동해왔다.

 

정작 북한은 외부세계에서 관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행동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음을 목도해왔으면서도 국민들에게 환타지만 불러일으킨다. 더욱 실망스러운 행태는 일부 북한 전문가들이 “우리의 GDP가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이 북한의 400배를 넘는다”는 이유로 무조건적 양보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을 ‘착한 집단’으로 보는 감상적 접근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이런 감상적 접근이 일부 민간기업에 까지 물들어가고 있다. 사내 직원교육에서 AI 시대 메시지를 분석한다면서 ‘김정은의 육성 연설’을 틀었다는 얘기를 듣고 대북 환타지가 안보의 심리적 방역선을 얼마나 무너뜨리고 있는지를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북한이 내세우는 경제적 측면만 주시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 보다도 숨겨진 칼날인 ‘경제 · 핵 병진노선 회귀여부’와 도발 가능성, 그리고 대남메시지에 더 무게를 두고 분석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에 실망한 북한은 핵· 미사일 활동 중지 약속 파기등과 같은 깜짝쇼식의 도발 개연성이 높다. 대남메시지 또한 ‘우리민족끼리’의 연장선상에서 감상적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다.

 

내년에는 미중 경쟁 지속· 한국의 대선국면 진입 등 더 복잡한 환경이 조성될 것인 만큼,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리얼리티쇼에 집착하지 말고 바이든 정부와 긴밀한 정책조정과 한일관계 개선에 전력하길 기대한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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